◇2015년도 계약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중에서 KBO 경력이 있는 선수 집계.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어제까지 '우리 팀 선수'라고 생각하고 열렬히 응원했던 선수가 오늘부터 다른 팀 선수로 변신할 경우 받는 느낌은 간단치 않다.
이같은 감정은 한국인 선수에게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라도 빼어난 활약을 보이면 애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단 외국인선수 계약 진행 상황을 보면 '재활용'이 대세가 됐다. 기존 팀이 재계약을 포기한 외국인 선수를 다른 팀이 계약해 선수의 소속이 달라지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이 아직 종결되지 않았지만 이런 사례가 벌써 네 건에 달한다. 심지어 구단간 서로 의도하지 않은 맞트레이드(?)도 발생했다.
◇'임의탈퇴'를 걸지 않는 구단
국내 프로야구단의 경우 외국인선수에 대한 보류권이 최대 2년 동안 인정된다. 국내 팀은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마치면 먼저 해당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한 최소 3년(첫해 1년 포함)간 해당 외국인선수의 소속과 관련된 권리를 펼칠 수 있는 것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야구규약 내 외국인 선수 고용규정 관련 조항이 근거다.
해당 조항에는 구단은 당해년도 11월25일까지 서면으로 선수와 대리인을 통해 선수에게 계약 연장의 의사를 통지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 재계약할 경우 해당년 상여금·연봉의 합산액 대비 최소 75% 이상 금액으로 계약해야 하며, 12월31일까지 계약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한다.
만약 협상이 원만하지 못해서 끝내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을 경우, 구단은 해당 선수를 '임의탈퇴'로 묶어서 해당 선수가 2년간 한국 타 팀에서 선수로 일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최근 한화로부터 임의탈퇴로 묶인 펠릭스 피에가 그런 경우다. 다만 이는 국내의 프로야구 팀만 해당되며 사회인 팀과 해외 팀으로의 이적을 차단하진 못한다.
그래도 최근 야구계의 대세는 선수 입장을 반영해 임의탈퇴 없이 풀어주는 것이다. 기량상 다른 팀과 계약할 수도 있는 상황에 임의탈퇴를 않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지 16년에 달하는 시점에서의 변화다. 재계약 의사가 없지만 부메랑 효과를 우려해 무조건적으로 임의탈퇴 조치를 취했던 과거와는 천양지차다.
◇KIA타이거즈 시절의 헨리 소사. (사진제공=KIA타이거즈)
◇재활용 선수의 장점은 리그 적응
외국인선수의 '재활용'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매력적인 선택이다.
재계약이 불발된 선수는 그 원인이 기량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금액 차이로 인해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다른 팀의 우선적인 계약 대상이 된다. 소사(넥센→LG)가 대표적인 예다.
KIA에서 2012~2013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올해 재계약을 이루지 못한 소사는 넥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다시 한국에 와서 '10승 2패, 평균자책점 4.61'로 선발진의 주요 축이 됐다. 다만 재계약 과정에서 생긴 이견으로 넥센이 아닌 LG와 계약하게 됐다.
기량 면에서 문제가 있어 재계약을 하지 못했더라도 기량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경우라면 영입 고려대상이 된다. 적어도 리그 적응은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구단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적다.
경우에 따라선 '그 선수의 어떠한 점이 문제인데 그 점은 고칠 수 있다'고 여겨 영입 대상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이에 해당된다.
◇쉐인 유먼.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탈보트, 유먼, 스나이더, 소사..더 나올까
벌써 네 명이 기존 팀과 다른 팀에서 내년 시즌을 맞게 됐다.
포문은 외국인선수 재활용으로 그동안 쏠쏠한 재미를 봤던 넥센이 열었다. 포스트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정규시즌에 부진해서 LG와 재계약하지 못한 스나이더를 데려왔다.
넥센은 스나이더가 시장에 나오자마자 계약을 했다. KT 외에는 아직 어느 구단도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맺지 않던 지난달 25일이다.
다음 소식은 대전서 들려왔다. 한화가 올해까지 롯데에서 뛰었던 쉐인 유먼과 2012년 삼성 투수로 활약했던 미치 탈보트를 영입한 것이다. 새로 취임한 김성근 감독이 직접 선택했다.
지난 8일에는 LG가 넥센의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된 소사를 영입했다. 이로써 LG와 넥센은 결과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한명씩 맞바꾸는 모양이 됐다. 소사는 KIA와 넥센에 이어 LG까지 한국에서만 세 팀을 경험한 외국인 선수가 됐다.
몸값 상승부터 임의탈퇴를 하지 않는 분위기까지, 최근의 외국인 선수 재활용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에서 재취업에 성공하는 외국인 선수가 더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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