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해 온 중국 경제는 지난해 9월 금융 위기 이후 급속도로 하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두 자릿수 성장을 포기했지만 각종 대외 여건 악화에도 올해 8%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다르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6~7% 중반에서 머물 것이란 평가다.
◆中 "8% 성장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8% 경제성장을 유지하겠다는 이른바 '바오바(保八)'정책을 펴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에서 올해 목표 경제 성장률을 8%로 제시하며 ‘바오바’정책을 공식화했다.
이날 전인대 개막에는 중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여부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기대됐던 중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재정지출 확대로 올해 8% 성장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일단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물류구매연합회(CLSA)가 작성하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4개월 연속 반등한 끝에 지난 3월에 52.4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수축 국면에서 확장 국면으로 바뀌는 신호로 해석된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 바닥을 찍은 후 올해 들어 3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제조업의 생산과 판매도 크게 호전되고 있다.
투자도 호조를 보여 도시지역의 올 1~2월 고정자산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해 지난해 연간 증가율 26.1%를 상회했다.
지난 3월 수출은 17.1% 하락했지만 전월의 25.7%하락보다 호전됐다.
지난달 자동차 판매도 전년 동월 대비 5% 증가한 115만9800대로 나타나 월간 판매량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중국의 신차 판매실적은 미국의 판매실적을 상회했다.
이런 상황 속에 올해 8% 경제성장을 자신하는 중국 정부의 낙관론이 피어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장리췬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부비서장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 9500억위안(약 200조원)의 재정적자를 통해 사회고정자산투자가 20% 증가하면 성장률이 2% 가량 상승, 올해 8%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린자오무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연구원도 지난 2일 한ㆍ중 경제포럼에 참석해 "주변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8%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린 연구원은 정부 주도의 소비촉진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는 7~7.5%, 하반기는 연말에 갈수록 회복세에 탄력이 붙으면서 8%를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튼튼해 중장기 발전을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 등, 中 8% 성장 ‘글쎄’
중국의 낙관론과는 달리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눈은 회의적이다.
중국 경제의 올해 성장이 6% 중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위기에서 가장 빨리 탈출할 가능성이 높지만 올해 8% 성장은 무리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관측을 방증하듯 중국 경제의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수출 중심 지역인 광둥성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5.5%에 머물러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출의 28%, 전체 GDP의 12.5%를 차지하는 광둥성 경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수출국들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6일 발표된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도 6.1%로 나타나 10년래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이 정책 운용의 추를 사회복지로 이전하고 있어 목표로 한 올해 8% 성장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악의 경기침체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사회 복지 지출을 늘리기로 하고 SOC(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기로 했던 3000억위안을 사회복지에 투입하기로 했다.
제리 러우 모간스탠리 연구원은 "4조위안 경기부양책의 10% 가량이 사회 복지로 이전됐다"며 "중국이 단순한 경기 부양보단 경제 구조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 기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중국이 목표로 한 8%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중
세계은행(WB)은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의 '한 줄기 서광'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6.5%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가 올해 -1.5% 성장에 허덕이는 동안 중국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수출 규모가 6% 감소하면 중국의 수출과 수입이 각각 6%와 4% 줄어들고 이것이 성장률을 저하를 이끈다는 주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세계은행과 비슷한 6.7%로 전망해 중국 경제가 올해 8% 성장이 이르지 못 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홍인기 교수는 “중국의 노력만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고 주요 수출국들이 아직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7% 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8% 성장 달성 ‘시기상조’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선 대내외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주요 선진국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출을 바탕으로 한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어떤 나라보다 중국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날 것이란 평가도 우세하다.
하지만 중국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 속, 수출 수요 급감으로 세계 경제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중국의 8% 성장 달성은 중국 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외부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세계 무역량이 9%감소할 것이라고 밝혔고 경제 위기를 맞은 각국이 보호주의 회귀하고 내수 확대에 주력하면서 중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 수요는 당분간 획기적인 반전의 기회를 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소비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은행 대출을 늘리면서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유동성은 소비가 아닌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리며 조금씩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평소 저축률이 높은 중국인들의 특성상 불황기에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현금을 지급하거나 쿠폰을 발행한다 해도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홍인기 교수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사회복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중국 정부가 사회복지를 확충하고 적극적인 감세 조치로 소득을 소비로 돌릴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의 올해 8% 성장은 상당히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저점 시기 논란과 별도로 세계 경제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말 이후 중국 경제의 8%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의 전제 또한 수출 수요 회복이다.
‘세계의 공장’이 8% 성장을 향해 돌기 위해선 아직 ‘세계의 수요’가 필요하다.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jjwinw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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