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술금융(Technology financing, 기술을 담보로 한 금융거래)지원정책이 양적으로는 급증하고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들의 기술금융 지원 실적을 평가하는 금융감독원의 ‘은행 혁신성 평가’가 실적위주에 치우치고 있어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미래연구원이 5월 28일 발표한 ‘기술금융현황과 효율적 정착을 위한 개선안’(연구자 이젬마 경희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은행전체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3만9685건, 액수로는 25.8조원으로 지난 2014년 9월 말 3000건, 18조 원에 비해 7개월여 만에 10배를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러한 양적확대도 기술신용대출 확대 기본 취지와 정책 방향에 비추어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질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항구적인 기술금융 활성화 환경조성에는 소홀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기술금융 지원책의 일환으로 구축된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Tech Data Base)의 경우 단순한 검색엔진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간기술신용평가기관’(Tech Credit Bureau) 평가항목에 대해서도 각종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어 기술금융 환경 조성을 위한 각종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첫째, TCB 평가 항목의 경우 기술개발 역량 측정에 있어 보유지식재산권과 기술인력의 양적평가에 의존하고 질적 차별성은 결여되어 있다. 평가 세부항목 중 많은 부분이 신용평가에 사용되는 재무비율이 결합돼 최종 기술신용등급을 왜곡할 위험성이 있고, 다수 저급의 지재권을 보유한 기업의 신용도가 과대평가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TCB 평가 항목 중 기술개발역량 평가에 있어 지재권 및 기술인력에 대한 질적 평가를 포함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재무비율의 사용을 최소화 하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술력평가등급보다는 기술가치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
둘째, 급격히 증가한 기술신용대출 실적 뒤에 바탕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은행 혁신성 평가내용도 보완이 필요하다. ‘기술금융확산 평가항목’에 있어 기술금융 인프라 확립기반 마련에 큰 배점을 둬 이상적인 기술금융 환경조성에 이바지하는 은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여야 하지만 현재의 평가항목은 공급규모 및 기업지원 수 등 즉각적인 실적을 높이는데 치중하도록 배점이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특수은행의 설립 목적 및 제약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된 항목을 상대평가 함으로써 리그 내 과다경쟁와 출혈을 유발하고 있다. 그래서 혁신성 평가에서 공급규모의 배점을 줄이고 지원역량 배점을 늘려 기술금융 환경조성이 선행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기술금융 환경은 단기간에 확립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서두르게 되면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단계적인 평가척도 및 기준제시가 필요하다. 더불어 각 은행의 설립목적 및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지침 및 항목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은행에 ‘위험공유’와 ‘위험감행’의 인센티브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융자중심의 기술금융은 수익구조상 은행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기술금융의 장기적 활성화에 부적합하다. 즉 현재의 기술금융 환경은 고위험·저수익 구조이며 고위험·고수익의 투자중심 기술금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한 융자에서 투자로의 전환은 금융시장의 ‘투자출구 활성화’라는 전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즉, 인수합병(M&A)시장의 활성화 및 기업공개(IPO) 시장의 안정성·활성화가 투자환경의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즉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이 투자자 양성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자환경 조성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넥스(KONEX,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의 안정성 및 투자자의 장기수익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감시·감독 시스템을 강화하여 안정적인 투자출구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
넷째, 대출과는 달리, 투자자는 주식보유자(equity holder)로 소유지분에 따라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및 지배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대출위주의 관행에 익숙할 뿐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 및 관리 전문지식이 부족한 은행에게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은행의 지나친 간섭 및 그 영역의 확대를 초래할 것이다.
기술금융의 수익성 구조를 위해서는 투자 중심의 기술금융이 합당하나, 이를 수행할 은행의 역량은 미비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국내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활성화를 통해 벤처 캐피털이 기술금융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량의 기술신용대출 데이터를 이용한 기술금융 성과 모델을 통해 현 TCB모델의 적합성 및 신뢰도를 역으로 추정·평가하는 작업 수반을 통하여 더욱 이상적인 기술금융 평가모델을 확립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월 31일 오후 기술금융 지원기업인 서울 가산동 AP우주항공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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