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71) 의원이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상 국회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판결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됨에 따라 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은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한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53)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씨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그 밖의 증거들에 비춰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한씨가 1심 법정에서 새롭게 진술한 '9억원 자금을 조성한 것은 맞지만 한 의원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게 아니라 비서 김씨에게 빌려주거나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했다'는 진술은 원심과 같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한씨가 1차로 조성한 자금에 포함된 1억원 수표를 한 의원의 동생인 한모씨에게 전세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동생 한씨가 모르는 사이인 한씨나 제3자로부터 1억원 수표를 받았을 가능성은 없어 한씨로부터 1억 수표를 받아 동생 한씨에게 건네준 사람은 한 의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씨는 검찰에서 한신건영 부도 직후 한 의원이 2억원을 반환했다고 진술한 바 있는데 실제로도 한 의원이 한신건영 부도 충격으로 입원한 한씨를 병문안 한 다음날 한씨가 비서 김씨를 통해 2억원을 돌려받았다"면서 "한 의원이 한씨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중 일부를 돌려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 등 5명은 "1차 정치자금 수수 부분은 객관적인 증거자료에 의해 유죄로 인정되지만 이와 달리 2·3차 정치자금 수수 부분의 경우엔 한씨의 검찰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의원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법정 앞에서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서 법원까지 정치화 됐다는 그런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다수 의견으로 소수 의견을 묻어버린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따라 신문식 전 민주당 조직부총장이 한 전 의원의 후임으로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게 됐다.
신 전 부총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새천년민주당 국회정책연구위원과 민주당 조직부총장 등을 지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순번 22번을 받았다.
앞서, 한 의원은 2007년 3월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53)로부터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비용 지원 명목으로 세차례에 걸쳐 미화 32만7500여달러와 현금 4억8000여만원,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 등 9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2011년 10월 "한씨의 검찰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과 맞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한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현직 국회의원인 점과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시키지는 않았다.
한 전 총리는 즉시 상고해 2013년 9월부터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에서 심리해왔지만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심리를 진행해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항소심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 2013년 5월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며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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