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로 쓰고 신(神)이라고 읽어야 할 정도로 구글의 영향력이 커졌다. 세계인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검색엔진과 지도, 번역기의 대부분은 모두 구글 것이다. 각종 동영상을 망라하는 유튜브도 구글 소유다. 휴대전화 운영체계(OS)인 구글 안드로이드는 세계 모바일 운영체계 시장의 82%나 점유하고 있다. 이쯤 되면 세계 모든 정보를 조직화한다는 구글의 야심이 어느 정도 채워질 법도 하다. 그러나 구글은 만족감은커녕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앱(App) 사용량이 웹(Web)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웹 기반 검색엔진을 구축해 놓은 구글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글뿐 아니라 다른 IT 기업들 또한 웹에서 앱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딥링킹(deep linking)같은 앱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기술에 사활을 걸었다. 정보를 얻기 위한 IT 기업들 간 기술 전쟁이 앱 상에서 펼쳐지고 있다.
◇웹에서 모바일로 사용자 무게 중심 이동
IT 기업들이 딥링킹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웹에서 모바일로 자리 이동을 한 고객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미국 디지털제품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이용자는 지난해 들어 데스크 탑 사용자를 능가했다. 하루 사용 시간 또한 앱이 89%로 11%에 그친 웹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해보면 웹보다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고 그 사용 빈도수도 덩달아 높아졌다. 내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은 덕분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은 어디서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뉴스와 게임, 쇼핑, 음악과 같은 문화콘텐츠와 같이 한 분야에 특화된 앱이 제공되고 있어 정보에 접근하기 편리하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것과 관련된 사업이 성장할 판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돈도 몰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몇몇 소매 사업에서는 모바일 판매가 웹 판매 수익을 이미 뛰어넘었다. 마음에 드는 소셜커머스 앱을 켜놓고 손가락질 몇 번만 하면 물건이 배달되니 그 편리함에 중독된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덕분에 앱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생 업체들은 늘어가는 수익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반면 인터넷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해 놓은 기업의 마음은 급해졌다. 특히나 세상 모든 정보를 집대성하겠다는 구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구글에게 앱은 들어갈 수 없는 성역과도 같다. 거미줄 망처럼 연결돼있는 인터넷과 달리 앱은 마치 섬처럼 각각 분절돼 있어서 밖에서는 앱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도리가 없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사용되는 앱이나 사람들의 선호도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구글은 사람들이 어떤 앱을 구동하는지를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앱 간 연결을 부드럽게 해주는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바로 딥링킹이다.
◇앱 간 다리 놔주는 딥링킹
모바일 딥링킹은 앱과 앱의 다리를 놓아준다. 어떤 앱을 사용하다가 다른 앱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해 준다. 가령 여행 앱을 사용하면서 호텔 예약을 동시에 할 수 없지만, 딥링킹 기술을 쓰면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뉴스를 보다가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고 음악을 듣는 와중에 해당 가수의 정보를 검색해서 확인해 볼 수 도 있다.
앱에서 다른 앱으로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앱 사용자가 다른 앱으로 이동하는 배너 광고를 클릭하면 앱 초기화면이 아닌 구글 마켓이나 애플 앱스토어 로그인 화면이 뜬다. 거기서 가고자 하는 앱을 내려받으면 바로 원했던 정보가 나오고 중간 단계는 모두 생략된다. 내가 원했던 정보를 즉시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웹 상에서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규 사용자나 로그인 하지 않은 사람 모두 딥링킹을 통해 다른 앱에 접근할 수 있다. 앱에서 앱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전환 마찰(Conversion Friction)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다. 웹처럼 앱상에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도 볼 수 있다. 또 딥링킹을 사용하면 모바일 사용자의 장소 또한 추적이 가능해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가 더 편해진다. 이 말은 모바일 딥링킹이 최적의 광고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3년 페이스북은 딥링킹 광고 포맷을 선보이며 이 분야의 가능성을 세상에 알렸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그냥 광고는 보지 않아도 앱에 있는 광고에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모바일 앱 게임을 즐기다 보면 옆에 뜬 여행 광고 배너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이런 페이스북의 믿음은 앱이 광고 수익원으로 급부상 할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줬다. 정보에서 광고로의 전환이 부드러워진 덕분이다. 피트니스 앱으로 자신의 운동량을 체크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은 운동 기구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운동 기구나 헬스장 정보도 궁금해 한다. 이런 그가 피트니스 앱 한 켠에 뜬 운동 관련 배너를 보면 마음이 솔깃할 것이다.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공중에서 찍고 싶은 사람이라면 드론 광고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물론 이런 광고는 도처에 깔려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통 광고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한다는 느낌을 주는 데 반해 앱 광고는 친숙한 느낌과 함께 맞춤형 정보라는 믿음을 선사한다.
수치화된 실적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딥링킹의 효과성은 이미 통계를 통해 검증됐다. 지난 20일 테크크런치는 모바일 앱 유저 15만명이 사용하는 수천개의 앱을 무작위로 뽑아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딥링킹으로 앱을 다운로드 한 사람의 29%가 즉시 활동을 시작한 반면 그냥 다운로드를 받은 사람은 1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틀이 지난 다음에도 딥링킹 경험자는 10% 가량 앱 사용을 지속해 5%에 그친 단순 다운로드 사용자를 능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 이용수치를 보면 딥링킹이 1.75%, 단순 이용자가 0.86%로 집계됐다. 딥링킹이 휴대폰 사용자의 구매 활동을 늘려줄 것이란 유추를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페이스북·MS·애플, 검색 영역 확장에 올인
이런 이점 때문에 세계 기업들이 속속 모바일 딥링킹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트위터는 딥링킹 기술을 활용한 트위터 카즈(Twitter Cards)를 개발했다. 유저들이 트위터상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앱 도처에 산적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 준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앱링크와 연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앱링크는 페이스북 전용 딥링크 기술로 흩어져이던 앱 속의 각종 기능을 연계시켜 주는 일을 한다. MS는 앱링크를 이용하면 자사 서치 엔진 빙(Bing)이 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이폰 제작업체 애플은 지난 6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iOS 기기 사용자들이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앱 콘텐츠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애플은 이를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이라고 명명하고 외부 앱과 OS 간의 벽을 허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글은 지난 2012년 구글 나우를 출시한 이후 앱과 웹, 크롬 검색어 등에서 사용자의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도 딥링킹 기술이 쓰였다. 구글 관계자는 “검색광고 서비스와 딥링킹 기술이 연결되면 시장은 매우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내장된 앱 위주·개발업자 반감 등 난제 산적
그러나 IT 기업들은 여전히 통일된 딥링킹 생태계를 조성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는 데다 앱 개발자들의 호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선 딥링킹 기술의 맹점은 스마트폰 안에 내장된 앱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기기밖에 있는 앱에 대해선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는 100개 미만의 앱을 저장하는 데 그친다. 물론 저장되어 있지 않은 앱으로 이동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나, 이 또한 다운로드를 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라 번거롭다.
앱 개발자가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에 일일이 등록신고를 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별도의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제공하고, 앱개발자들은 거기에 해당 코드를 추가해주어야 딥링킹이 작동하게 된다. 즉 앱이 처음부터 구글이나 애플의 OS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앱 개발자들은 자신의 콘텐츠가 특정 OS에 얽매일까 봐 등록하는 것을 꺼린다. 종속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앱을 아우르는 기준이 없다는 것 또한 앱 간 장벽이 낮아지는 것을 방해한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IT 업체들은 자신의 앱링킹 코드가 시장의 기준으로 자리매김 하길 바라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더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기업이 이 게임에서 승리할 것이며 아직 사업을 지배하는 기업이 등장하지 않아 신흥기업들의 약진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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