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이어진 저유가와 엔저·유로화 약세 등에 이어 원유 증산, 위안화 평가절하 까지 악제가 겹치며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수 활동에 급제동이 걸렸다. 해외건설 진출 60주년, 대통령 순방 등으로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하게 시작한 올해였지만, 수주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31일 해외건설협에 따르면 올 들어 31일까지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447억2080만달러·448건)에 비해 26% 감소한 329억6887만달러(400건)에 그쳤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대표적인 '수주텃밭'인 중동 지역의 수주액은 같은 기간 45% 수준인 117억3481만달러(42건)에 불과했다. 지역별 비중(35%)에서는 아시아(150억2644만달러·45%%)에 밀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유 증산에 따른 유가 하락과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는 해외수주 시장 전망을 '잿빛'으로 만들고 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에는 OPEC(석유수출기구) 회원국가들이 석유 생산 물량을 조절해왔으나 주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감산 결정을 안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조절이 안 되다 보니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연초 설정한 예상가 보다 크게 떨어진 국제 유가로 중동 산유국들의 예산 집행에 차질이 발생하며, 건설 투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창구 해건협회 금융지원처장은 "대부분의 중동 산유국들이 연초 유가를 배럴당 60~70달러 안팎으로 보고 예산을 수립했는데, 50달러를 깨고 40달러로 떨어지면서 재정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산유국 입장에서는 정유를 정제할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 발주를 연기시키거나 아예 취소시키고 있어 연내 대규모 발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서 시작된 환율전쟁까지 더해지면서 국내건설사들이 해외건설시장에서 '다중고'를 겪게 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달러-위안화 기준 환율을 4.66%까지 낮췄다. 위안화가 평가절하(달러 대비 가치 하락)되면 중국건설사들은 그만큼 해외수주 경쟁력이 향상된다. 해외공사는 인건비와 자재비를 달러로 정산하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업체는 그만큼 입찰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 일본 등 환율전쟁을 이미 시작했던 국가의 건설사들이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국내 건설사들의 입지가 불안해 지고 있다. 일본기업은 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유럽기업들은 중동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보다 낮은 입찰가를 제시해 왔다.
김민형 연구위원 "과거에 비해 기술력이 발전한 중국업체, 엔저에 편승한 일본업체, 지역 시장 자체가 워낙 안 좋아 외부로 눈을 돌리게 된 유럽업체 등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의 입지가 불안해지고 있다"며 "특히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 업체들과 경쟁하는 아프리카·중남미 등에 자금을 동반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저유가, 위완화 평가절하 등으로 해외시장 수주 활동에 위기를 맞았다 . 사우디아라비아 송전선로 공사 현장. 사진/현대건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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