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카페 메뉴판 앞을 서성거린다. 정성껏 쓰여진 글씨들로 빼곡한 메뉴판이 흥미로운지 계속 쳐다보더니, 이내 손으로 마구 문지르기 시작한다. 공들여 쓴 글자들이 알아볼 수 없게 지워지고 이 장면을 목격한 카페 주인이 서둘러 아이를 제지하러 나온다. 어라? 그런데 아이만 있는 게 아니라 옆에는 아이의 엄마도 있는 것이 아닌가. 옆에서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 엄마의 말이 가관이었다. “어머~참 잘했어요”
캡처/바람아시아
왜 아이를 제지하지 않았냐는 카페 주인의 물음에 아이의 엄마는 답했다. “애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뭘 그래요”
네티즌들은 이렇게 자기 자식만을 위하면서 타인은 배려하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엄마들을 칭하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엄마를 뜻하는 영어 맘(mom)에다가 벌레를 뜻하는 한자어 충(蟲)을 합성한 ‘맘충’이 바로 그것이다. 앞의 사례 외에도 사람이 많은 음식점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는 테이블 위에 그냥 올려 놓고 나간 엄마, 아이가 먹을 음식이라며 자장면 양을 넉넉하게 달라고 주문했는데 만족스러운 양이 아니었다며 해당 음식점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엄마 등 일명 ‘맘충’의 민폐 시리즈가 최근 인터넷에 유행처럼 떠돌았었다.
이러한 일부 엄마들의 계속되는 민폐 때문인지 요즘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노키즈존’이 확산되고 있다. ‘노키즈존’이란 사람들이 많은 공공시설에 아이(일률적으로 13세 미만의 아동)를 동반하고 입장 할 수 없는 곳을 의미한다. 마치 공공장소에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의 입장을 제한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입장을 제한하는 것이다. 음식점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 입장에서 이러한 ‘노키즈존’은 나름 합리적인 운영방식일 수 있다. 매장 분위기를 더 차분하고 좋게 만들 수 있으며 부주의한 아이들 혹은 무책임한 부모들에 의한 사고에 휘말릴 일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식점 종업원이 뜨거운 국물을 쏟아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기에게 화상을 입혔다면 식당 측이 유모차 반입 금지 안내문을 게시했더라도 7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난 적이 있었다. 식당 측에서는 분명 안내문을 게시했는데, 조금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판결이겠다.
사진/바람아시아
하지만 ‘노키즈존’에 확실한 반대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향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입장을 원천적으로 금하는 것은 과잉조치처럼 느껴질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노키즈존’이 합리화된다면 가족문화가 발달한 한국사회에서 문화생활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대의 이유이다. 또한 일부 변호사들은 ‘노키즈존’이 공정거래법에서 일반불공정거래의 거래거절과 차별적 취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보기도 한다. 거래거절은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래를 거절, 중단, 제한하는 행위(공정거래법 23조 1항 1호)이며 차별적 취급은 사업자가 거래조건을 차별하여 거래상대방의 지위를 약화시키고 자신의 지위는 유지.강화하는 행위(공정거래법 23조 1항 1호)이다. 즉 ‘노키즈존’이 배제적이고 인위적인 거래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직까지도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쟁은 뜨겁다. ‘맘충’에서부터 ‘노키즈존’까지의 과정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을까? ‘맘충’이라는 단어 역시 단순한 엄마들의 민폐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여성을 비하하고 ‘엄마’라는 집단 자체를 소외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맘충’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후 이 단어를 남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엄마들의 모성이 갑자기 넘쳐나 진 것은 아닐텐데 무엇이 그들에게 ‘벌레’라는 단어까지 붙게 만든 것일까? 넘쳐난 것은 그들의 모성이 아니라 우리들의 배려 없는 마음과 이기심 아닐까?
최근 한 패스트푸드점은 매장 내에 아이들과 함께 오는 고객을 위한 공간과 일반 성인 고객을 위한 공간을 분리한 ‘가족 사랑 매장’을 열었다.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과, 조용하게 식사를 하려는 성인 고객을 모두 배려하겠다는 취지이다. 회사측은 “키즈 존과 노키즈 존을 인위적으로 분리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위층에 올라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고 설명했다. 이러한 회사측의 배려로 매장을 찾는 모든 손님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노키즈존’과 같은 ‘배제’ 없이도 모두가 편의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비난의 화살을 ‘맘’들에게 돌려야지 ‘키즈’에게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그 중에서도 일부 몰상식한 ‘맘’들에 대한 징벌이 모든 ‘키즈’들에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이 ‘배제’가 아닌 ‘배려’임은 분명하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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