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민간배드뱅크 출범이 임박했다. 그간 논란이 됐던 은행별 출자비율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고, 이르면 다음주 안에 양해각서(MOU)가 체결된다. 이에 따라 현재 금융당국이 주문하고 있는 은행권의 부실채권 정리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민간배드뱅크에 참여하는 6개 시중은행들은 최근 은행별 출자비율을 확정하고, 연합회와 함께 막바지 출범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이는 특수목적회사 형태의 민간조직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채권 처리를 담당한다. 당초 지난 4월 출범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출자규모 등을 놓고 이견이 불거지며 9월로 설립이 미뤄졌었다.
민간배드뱅크는 모두 1조5000억원 규모로 설립된다. 일단 은행들이 1조원을 출자하고, 5000억원은 대출하는 방식으로 설립비용이 분담된다.
민간배드뱅크에 참여하는 은행은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과 농협중앙회 등 모두 6곳으로 확정됐다. 출자비율은 국민·신한·하나·기업은행이 17.5%, 우리은행과 농협은 15%로 결정됐다.
출자비율을 놓고 우여곡절도 있었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이 일찌감치 민간배드뱅크 설립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외환은행마저 갑자기 발을 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부실채권 규모가 작다"며 "배드뱅크에 참여했을 때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외국계 은행들을 제외한 국내 은행들의 참여만으로 배드뱅크 설립이 추진됐고, 연합회와 은행권의 협의 끝에 출자비율이 수정된 것이다.
출자비율을 15% 이하로 유지한 우리은행과 농협중앙회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연합회 관계자는 "조만간 민간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최종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 정리 문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현재 1.5%수준인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을 올해 안에 1%로 낮추라고 주문한 바 있다.
올 6월말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1.5% 수준.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9조6000억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오늘(12일) 안에 시중은행들에 부실채권 감축계획안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구체적인 감축목표치는 각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은행서비스총괄국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부실채권 감축목표치를 너무 낮춰잡았다는 주장이 있지만, 부실채권 비율을 1%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부실채권 정리 경로가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민간배드뱅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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