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가 통신 시장 활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통신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등이 등장하며 휴대폰 구매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휴대폰 구매 방식의 변화로 이통시장 경쟁판 달라진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등장으로 통신사가 확보하고 있던 소비자와의 접점이 단말기 제조업체로 전이되고,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가 단말기 유통시장에서 경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성장 둔화…이통사 몸부림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다양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전세계는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를 이뤘다. 스마트폰 시장은 디지털카메라·게임기 등 주변의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흡수·대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단말기 교체주기가 길어지며 소비 둔화가 나타났다.
스마트폰 교체 니즈가 감소하면서 통신사 전환에 대한 필요성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보급률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선진시장을 중심으로는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 효과도 감소하고 있다.
이에 통신사들은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무약정제도와 단말 할부제도 등을 선보이며 승부수를 두고 있다. 특히 무약정 제도로 소비자 혜택이 높아졌지만, 단말 할부 제도로 인해 단말기 잔여 할부금이 소비자에게 부담될 수 있는 점을 고려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까지 내놨다.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매달 정해진 할부금을 납부할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용하던 단말기를 통신사에 반납하고 새로운 단말기를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교체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2년 단위의 약정이 보편화돼 온 통신 시장에서 단말기에 대한 잔여 할부금 부담 없이 최대 연 3회까지 단말기를 교체할 수 있어 단말기와 통신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미국 통신사들은 이러한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T모바일의 'JUMP!'와 'JUMP! On Demand', AT&T의 'Next', 버라이즌의 'Edge', 스프린트의 'Sprint Lease' 등 미국 4대 통신사 모두 단말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통신사뿐만이 아니다. 제조사인 애플은 올 9월 아이폰6S와 6S플러스를 발표하며 자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함께 공개하였다. 기종과 저장용량에 따라 매월 32.41~44.91달러를 지불하면 1년 뒤 신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형식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ZTE도 애플을 따라 10월에 단말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도입을 공식화했다.
통신사 '재무부담 완화'…제조사 '단말기 판매 증가 수단'
통신사와 제조사가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한뜻을 모으는 것은 각자의 사업 성과에 대한 계산이 깔려있다.
보고서는 통신사들이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가입자 이탈방지를 위해 프로그램 도입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신사들은 가입자 순증 효과가 줄어들면서 보조금 투입은 이익보다 부담이 되고 있다.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보조금이 제공되지 않는 만큼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단말 제조사에게는 단말기 판매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제공해 유통 영향력을 제고하고 판매 감소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통신사와 제조사 경쟁 불가피
보고서는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등장으로 경쟁방식과 경쟁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제조업체의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진입으로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 통신사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휴대폰 제조업체의 프로그램은 통신사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만큼 일정 기간 특정 통신사를 유지해야 하는 약정 제도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단말기 제조사를 우선 선택하고, 그다음으로 통신 요금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통신사들의 요금 경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통신사 간의 경쟁뿐 아니라 단말기 제조업체의 할부 프로그램과 경쟁하기 위한 요금 인하 효과도 한층 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더불어 제조사들은 과거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판매하는 B2B형 비즈니스를 했지만, 이제는 B2C 채널을 새롭게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고객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통신사와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고폰 시장 활성화 기대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폰 교체가 늘어날수록 반납된 단말기도 많이 증가하게 된다. 장재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활용한 새로운 중고폰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말기의 사양이 높아지고 내구성이 향상됨에 따라 1~2년이 지나도 잔존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만큼 중고폰을 이용한 시장이 활성화될 조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사나 제조사가 직접 중고폰 유통에 참여하는 B2C형 중고폰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가트너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5600만대의 리퍼폰이 거래됐으며, 금액으로 추산할 경우 약 70억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 시장이 지속 성장해 2017년 리퍼폰 시장은 1억2000만대, 금액으로 환산 시 약 14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반납된 중고폰에 대해 적절한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는 채널 확보 방안도 중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중고폰의 경우 단말기가 해외로 수출돼 재활용될 수 있어 단말기 제조업체로서는 중고폰 유통망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재현 연구위원은 "중고폰 유통 시장은 초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고, 이용자의 대금연체 관리, 분실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중고 유통망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리스 시장과 같이 금융사의 협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 고객이 애플의 아이폰6S를 조작해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단말기 조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휴대폰 구매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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