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가격 인상 담합 혐의로 1000억원대 과징금을 받은 농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농심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번 사건은 담합사 중 자진신고자 진술 외에 담합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간접증거만으로 담합을 인정할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농심이 다른 라면제조사들과 라면가격인상 합의를 했다는 직접증거는 자진신고자 측 진술로, 진술의 내용은 이미 사망한 원고의 전직 임원에 관한 것”이라며 “진술자들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내용도 구체적이거나 정확하지 않아,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라면시장에는 선두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업자들이 같이 가격을 올리는 오랜 관행이 있었고, 서민들이 즐겨 먹는 라면의 가격은 사실상 정부 관리 대상으로서 항상 원가상승의 압박이 있기 때문에, 선두업체인 농심이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라면제조사들이 그 가격수준을 따라가는 것이 합리적인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심이나 다른 라면제조사들이 가격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유통망에 대해 별도의 금전적 지원을 하는 등 경쟁을 한 사정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농심이 다른 라면제조사들과 라면가격 인상일자나 인상내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사실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라면가격을 함께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공정위는 라면 제조·판매사업자인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2000년 말부터 2001년 초 개최된 대표자 회의에서 농심이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도 동참해 가격을 인상하기로 담합하고 2010년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며 농심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80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농심은 다른 라면제조사와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고 원심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상고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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