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충실히 부양하겠다는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받은 뒤 부양하지 않은 아들에 대해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돌려주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아버지 A씨가 아들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12월 아들에게 같은 집에서 살면서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서울 가회동의 주택과 토지를 증여했다. 아들은 증여계약을 체결할 당시 "부모님과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충실히 부양하고 이를 어길 경우 증여받은 부동산을 원상회복하고 일체의 이의나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A씨는 가회동 주택 외에도 경기 남양주군에 있는 임야 3필지와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증여했고 아들이 지고 있던 빚도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잡히고 모두 갚아주는 등 지속적으로 아들을 도왔다.
그러나 아들은 부모를 전혀 돌보지 않았으며, 어머니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돼 혼자 거동할 수 없는 정도가 됐는데도 간병하기는 커녕 자주 찾아가지도 않았다. 2013년 11월 쯤에야 부모에게 고급 요양시설에 입양할 것을 권유했지만 A씨는 그동안의 행실로 볼 때 아들이 요양시설로 찾아오지도 않을 것 같아 거부했다. 대신 증여한 부동산을 다시 자신에게 돌려주면 부동산을 매각해 살길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아들은 막말과 함께 이마저 거절했다.
결국 A씨 부부는 2014년 7월 아들과 동거하던 집에서 나와 딸 집으로 거처를 옮겼고 아들은 부모가 살던 집 유리창을 깬 뒤 방치하고 부모 집에 있던 자신과 자신의 아들 사진을 가져가버렸다. 이에 A씨가 아들을 상대로 증여한 부동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피고가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는 증여계약상의 부담을 이행하지 않았고 원고가 증여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이상 증여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됐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증여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증여받은 각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아들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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