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소재 파악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행한 공시송달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모(31)씨에게 징역 1년 9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서씨는 지난 2012년 1월~6월까지 회사 물품 1억8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도중 행방이 묘연해졌다. 1심은 선고기일에도 서씨가 불출석하자 구속영장을 발부해 지명수배를 의뢰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서씨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1심은 경찰을 통해 서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고 경찰은 지난해 4월25일 재판부에 결과를 통보했다. '서씨의 주소지에 여러 차례 방문했으나 집안에 아무도 없어 대면하지 못했다.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해도 누가 거주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1심은 재차 경찰에 서씨의 행방 확인을 요청했고 경찰은 지난해 5월29일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집안에 아무도 없어 대면하지 못했고, 이웃에 사는 서씨의 누나는 서씨가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은 맞지만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서씨의 어머니와 통화한 결과 서씨는 합의금을 마련하느라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8일 전쯤에 아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보고였다.
그러자 1심은 지난해 11월12일 서씨에 대해 공시송달 결정을 한 후 서씨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 9개월을 선고했다. 서씨의 변호인이 항소를 제기해 열린 2심에서도 서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심도 서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서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을 달랐다. 대법원은 "1차 소재 파악 보고는 서씨의 주소지에 누가 거주하는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일 뿐이어서 그곳으로 서씨에 대한 송달이 불가능한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2차 소재 파악 보고는 경찰이 어머니에 대한 탐문 등을 통해 서씨가 실제로는 그곳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고 달리 소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사정도 나타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1심이 서씨의 소재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고받은 때부터 6개월이 지나기 전인 지난해 11월12일 공시송달을 결정한 것은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상 소송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2심은 위법한 공시송달에 의해 서씨의 진술 없이 이뤄진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1심의 소재 파악 결과 서씨가 실제로는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으므로 서씨에 대한 송달장소도 부적법했다"면서 "그럼에도 2심은 서씨에 대한 소환장 등의 송달이 유효하다고 판단해 서씨의 진술 없이 판결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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