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노동 관련 4법’ 등 각종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연일 ‘무능한 국회’를 비판하며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법안 처리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내달 초 설 연휴가 시작되고, 그 뒤로는 정치권이 총선모드로 본격 전환되는 만큼 이번 주가 쟁점법안의 19대 국회 통과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8일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국회선진화법개정 시도에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여야 논의도 올스톱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6개 정부부처 신년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중심으로 추진되는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실제 서명도 했다.
박 대통령은 “오죽하면 국민들이 나서겠나.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며 “또 다시 IMF 위기와 같은 고통의 시간을 갖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시간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노동 4법을 포함한 각종 쟁점법안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이 얼마나 답답하면 저러겠냐’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선 박 대통령이 처리를 압박하는 법안 내용들이 민생과는 동떨어진 재벌 및 대기업 특혜라는 것이 야권의 입장이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지난 14일 박 대통령의 담화를 반박하는 성명에서 “대국민담화에 민생은 없었다. 재벌·대기업에는 희망이 되었을지 몰라도 서민과 중산층에는 절망만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기류도 흐른다. 임기 4년차에 들어선 정부의 수장인 박 대통령이 ‘경제위기론’과 ‘국회무용론’을 주장하며 야권이 받기 힘든 내용의 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것은 4월 총선의 화두가 될 경제불황의 책임을 정부가 아닌 국회, 특히 야권에 전가하려는 일종의 사전 여론전이 아니냐는 것이다.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면서도 여당 원내사령탑인 원유철 원내대표를 대통령 특사로 과테말라에 보낸 것이나,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의 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국회선진화법 개정 절차에 착수한 것 등으로 볼 때, 쟁점법안 통과를 진짜 원하는 것이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서명 후 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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