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난 시즌 상대 주자의 거친 태클로 무릎을 다친 강정호(29·피츠버그)가 5개월 만에 훈련 모습을 공개했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강정호의 부상 사례를 포함한 유사 사례를 근거로 '2루 충돌 방지' 규정이 논의되고 있어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강정호는 지난 13일(한국시간) 수비 훈련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영상 속에서 강정호는 땅볼 타구를 잡아 송구 동작까지 취하는 모습을 반복해 다가올 시즌 복귀를 짐작케 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18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수비 도중 더블 플레이를 시도하다 2루 베이스로 달려오는 크리스 코글란의 오른쪽 다리에 왼쪽 무릎을 가격당했다. 충돌 직후 쓰러진 강정호는 시즌을 접은 채 결국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부상 전까지 강정호는 126경기에서 15홈런에 58타점을 터뜨리며 타율 0.287(421타수 121안타)의 상승세를 타던 중이었다. 이 때문인지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15일 "만약 강정호가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3루수를 볼 것"이라며 "피츠버그는 현재 강정호의 복귀를 낙관하고 있다"고 여전히 강정호에게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강정호가 복귀 이후 새 규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최근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2루 충돌 방지를 위해 선수 노조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루에서 주자와 야수의 충돌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정해 선수 보호 취지의 새 규정을 도입하려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호 외에도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는 루벤 테하다(뉴욕 메츠)가 2루 베이스를 지키다 상대 주자인 체이스 어틀리(LA 다저스)의 발에 걸려 오른 종아리뼈가 부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야수의 송구를 방해하려는 주자의 의도적인 태클이 부상을 일으키면서 강정호의 사례와 똑같은 일이 재발한 셈이다. 다만 현재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는 "선수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공감한다"면서도 "야구에서 더블 플레이를 막고자 주자가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기본 사항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하지만 ESPN은 "2016시즌 시작 전에 2루 충돌 방지 규정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지난 2014년 도입한 '홈 충돌 방지법'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는 홈 플레이트에서 주자와 포수가 맞부딪혀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규정으로, 메이저리그가 선수 보호에 무게를 둔 사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번 '2루 충돌 방지법'도 결국은 현실화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감독은 강정호의 부상 당시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2루 충돌 상황에서 선수의 안전을 보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로 통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역시 테하다의 부상을 본 직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어린아이들에게도 어틀리처럼 2루에 슬라이딩하라고 가르칠 것인가?"라고 답한 바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고 있는 강정호. 사진은 지난해 4월13일(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와 경기에서 7회 상대 투수 카일 로시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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