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각당과 후보들이 경제살리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팩트'와 거리가 먼 이력을 과하게 홍보해 비판을 자초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진출한 경제학자들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거나 특정 분야에 몰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3월부터 2년간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한 새누리당 경기 분당갑 권혁세 후보는 ‘진심으로 경제가 걱정된다면’, ‘경제베테랑’ 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 후보는 유세용 팸플릿에서 자신을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 저축은행 사태를 앞장 서 해결한 인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홍보 문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옥주 전국저축은행비대위 위원장은 3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권 후보는 당시 피해자들과 면담 한번 해본 적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지난해까지 27조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지만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도 있으며, 피해자들은 거리를 떠돌고 있다”며 “그 과정에 이르는 책임이 있는 인물이 사태를 해결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권 원장이 금융위원회에 있을 때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맞는 금융정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와대로 불려와 질책을 받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권 후보가 경제를 안다고 하지만 금융감독 업무를 해봤지 실무를 움직여본 적은 없다”며 “후보들 중 경제전문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에 참여한 인사 중에서도 뒷말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4번을 받은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에 대해 ‘경영학과 경제학은 분야가 엄밀히 다른데 경제 관련 논평을 내놓는 것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총선 과정에서 더민주의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에 진출한 인사들이 특정 분야에만 몰려있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경제학 내에 거시·금융·재정 등 다양한 분야가 있음에도 정·관계에 진출한 인사들이 유독 재정분야에 치우쳤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재정학회 중심의 ‘동종교배’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사안을 하나의 시각으로만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제계 인사는 “경제 전문가들은 국회보다는 금융통화위원 등 다른 분야로 가는 것을 선호한다”며 “국회로 가면 전체적으로 말할 기회는 있지만 사안에 따라 욕을 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국민경제상황실장(가운데)이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 경제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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