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협력업체 "1년 못버틴다" 한숨
인건비 부담 심각…추가 특허 허용하면 중기 감내 못해
2016-04-04 06:00:00 2016-04-04 06: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이대로 가면 1년도 못 버틴다."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허용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가운데 각 면세점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높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면세점 추가 특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에 시내면세점이 증가하면 자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 매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각 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 판매직원의 고용주는 해당 면세점이 아닌 입점 브랜드가 된다.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직원을 직접 고용해 면세점으로 파견을 보내는 형식이다. 면세점 측의 직접 고용인원은 소수의 관리인원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신규 오픈한 면세점의 경우 업계의 예상과 달리 연일 저조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어 업계의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협력업체들의 하소연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오픈한 신규 면세점은 하루 매출이 당초 목표치의 10% 수준인 2억원 안팎에 그치는 등 고객의 발길이 뜸한 상황이다.
 
면세점에 잡화브랜드를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의 대표이사는 "브랜드 파워가 큰 일부 해외명품 브랜드를 제외하면 매장 인테리어 등 공사비와 판매직원의 인건비 등을 협력업체가 직접 부담한다"며 "공사비는 초기 투자비용이라 어쩔 수 없지만 인건비의 경우 면세점이 요구하는 인원을 투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 측은 매장 직원이 자리를 비우지 않게끔 항시 상주시켜 고객이 올때 바로 응대할 수 있도록 유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따르려면 가장 작은 매장이라도 최소 3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며 "요즘 신규 면세점처럼 매출이 저조한 상황에서는 매장 유지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협력업체들은 연일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지만 곧바로 매장을 철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테리어 공사에 투자한 비용이 막대했기 때문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일부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매장 콘셉트와 가구 등이 표준화돼있어 인테리어 비용으로만 평당 1000만원을 넘게 썼다"며 "초기 투자비용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라 방을 쉽게 뺄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신규 면세점도 실적이 저조한데, 면세점이 더 들어선다면 협력업체들의 영업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 뻔하다는 우려다.
 
한 협력업체 대표이사는 "원가 등을 빼면 우리가 가져올 수익은 매우 적은데 여기에 인건비를 또 빼니 손해만 지속되고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해외브랜드의 한국지사 같은 글로벌 컴퍼니 정도가 1년 정도 간신히 버틸 수 있고, 중소기업은 아예 감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허용 여부를 발표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신규 오픈한 서울 시내면세점에 고객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면세점 협력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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