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눈이 인도를 향하고 있다. 극심한 성장 둔화 속에 인도만 나홀로 20% 이상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물론 인도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미미한 애플,
LG전자(066570), 샤오미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인도를 격전지로 선정한 배경이다. 특히 이들은 잠재력이 큰 중저가 시장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삼성전자는 'J시리즈'를 앞세워 인도를 집어삼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고가 모델과 비슷한 성능의 J시리즈가 출시되면서 그간 가격 때문에 주저했던 소비자들을 흡수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J2가 대표적이다. 가격은 8350루피(약 125달러)로 로컬 기업들과 차이가 없지만 메탈 프레임과 OLED 스크린 등 고사양을 탑재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현지인의 특성을 고려해 'S바이크' 모드를 적용하는 등 인도인의 생활패턴에 맞춘 차별화된 기능을 더했다. 오토바이 운행 중 전화가 오면 별도의 조작 없이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자동으로 발송한다. 데이터 소모를 줄이고 충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이 오래도록 전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마누 사르마 삼성전자 인도법인 제품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차별적 기능의 제품이 중저가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했다"고 자평했다. 지난 2월말 기준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0%로, 2015년 4분기의 28.6%에서 확대됐다.
애플도 저가 정책을 내세웠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부터 저가형 모델 '아이폰 5SE'의 인도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16GB 기준 3만9000루피(약 585달러). 2%에 불과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승부수로 보기엔 다소 비싸다. 인도 저가폰 시장의 80% 이상이 150달러 미만에서 형성돼 있는 데다, 미국 출시가(399달러)보다 높게 책정됐다.
애플의 노림수는 중고폰(리퍼비쉬폰)에 있다. 현지 정부에 직영매장 설치와 인도 내에서 부품을 교체한 '인증 중고 아이폰' 판매 방안을 신청했다. 아직 인도 환경부 등이 전자쓰레기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중고폰 수입을 허가하지 않고 있지만, 정부 승인이 날 경우 중고 아이폰으로 150달러 이하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일 샤아 카운터포인트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이 같은 포트폴리오는 200~400달러대의 라인업을 가진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LG전자는 현지 생산을 돌파구로 삼았다. 인도 현지 스마트폰 제조업체 GDN엔터프라이즈와 최근 공장 사용과 스마트폰 생산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완제품에 부과되는 13.5%의 관세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4일에는 현지에서 생산한 스마트폰 신제품 행사를 실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도 매체들에게 'K가 왔다(K is here)'란 제목의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미뤄 K7 혹은 K10이 공개될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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