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조성된 ‘제2의 중동붐’ 열풍이 중소기업계에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실제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농식품 중소기업의 중동지역 할랄 시장 진출을 돕기로 했다. 또 7월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서울 학여울역 SETEC 제1전시실에서 ‘2016 할랄코리아 수출상담회’를 개최키로 했다.
‘할랄(halal)’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의 사용이 허용된 제품을 통칭한다. 식품·화장품·위생제품에서 가죽·섬유, 서비스 분야까지 그 범위가 넓다. 전 세계 규모가 2조3000억달러(약 2736조원)로 추정되는 거대시장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1조7000억달러)이나 철강 시장(1조달러)보다 크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풍부한 자본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동 시장을 수출 부진의 타개책으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정책 대응이 없다면 지난해 ‘중동붐’과 같이 이번에도 붐만 조성하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을 순방했을 때도 ‘제2의 중동붐’이 일었다.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성과 브리핑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116명)이 현지 기업들과의 1대1 비즈니스 상담을 통해 1조원대(44건) 계약을 성사하는 가시적 성과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트라(KOTRA)가 지난 1월 발표한 ‘2016년 1분기 수출선행지수’에 따르면 중동아시아 지역의 수출선행지수는 기준치(50) 이하인 49.3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전분기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또 코트라 두바이무역관 자체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동 수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6% 줄어든 304억달러에 그쳤다. 불과 1년 전 청와대의 장밋빛 발표를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다. 코트라 측은 “저유가 상황으로 중동 쪽의 수입여력이 없었다”는 설명을 내놨다.
중동지역 전문가는 “단순히 MOU를 체결하고 기업 대상으로 수출상담회를 여는 것만으로 중동지역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이슬람 문화권을 이해하는 중동 전문가 육성 등 기반을 다져가면서 체계적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에스피나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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