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최한영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대권가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권으로 가는 안 대표의 길에 큰 장애물이 생겼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오히려 대표직 사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선 준비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가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관련 의혹이 언급될수록 안 대표의 책임론은 계속 제기되고 이미지 추락만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로서 각종 현안에 앞장 서면서 맞바람을 맞기 보다 살짝 물러나 있으면서 이미지 훼손을 차단할 수 있는 전략이다. 리베이트 의혹은 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사안이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계속 나올 구설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민의당과 마찬가지로 안 대표도 지지율이 낮은 상태였는데 특별히 반등할 만한 전기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뭔가 국민들에게 주목받는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후 발전적인 에너지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변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같은 전략·전술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로 인해 '대권주자 안철수'의 위상과 이미지는 밑둥째 흔들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그의 '새정치' 슬로건이 치명상을 입었다. 선거 홍보비 리베이트는 '구정치' 악습의 대표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대권주자인 안 대표의 위기 관리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그는 사건이 알려진 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그후 10일 동안 침묵을 지켰다.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이 구속된 28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박선숙·김수민 의원 등에 대해 ‘기소될 경우 당원권을 정지한다'라는 원칙적인 조치만 내렸다. 박·김 의원의 자진 탈당을 유도해내지 못한 것이다.
당원권을 정지시키거나 출당을 시켜도 두 사람의 국회의원직은 유지된다. 출당될 경우 무소속 의원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고, 기소가 되더라도 의원 신분으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이들에게 자진 탈당 확답을 받고 문제를 매듭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베이트 의혹 이후 국민의당의 최대 기반인 호남의 지지율이 폭락한 것은 안 대표의 위기를 숫자로 보여준다. 27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24.9%로 일주일 사이에 11.8%포인트 급락했다. 호남의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전주보다 4.6%포인트 상승한 23.1%를 얻어, 3.5%포인트 하락해 16.8%에 그친 안 대표를 앞섰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안 대표가 호남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대선주자로서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최한영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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