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여야 3당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국회 특수활동비 제도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교섭단체 요건(20석 이상) 완화를 가로막는 것도 특수활동비이며, 국회직을 두고 혈투가 벌어지는 데에도 이 특수활동비라는 돈줄이 작용하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교섭단체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만 지급된다. 그러나 규모와 사용 내역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묻지마 예산’으로 불리고 있다.
심 대표는 “상임위 의정활동 지원목록으로 86억원의 특수활동비가 책정됐는데, 공식 의정활동에 ‘묻지마 예산’이 있을 수 없다”며 “특수활동비는 교섭단체 다선의원들이 나눠쓰는 쌈짓돈으로, 국회의 경우 고도의 비밀유지 업무가 없다는 점에서 특수활동비를 받는 것 자체가 배임”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여야를 동시에 질타했다. 그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원내대표 시절 월 5000만원씩 받았다고 밝혔다. 연간 6억원을 받았다는 얘기”라며 “야당은 3000~4000만원씩 받았다고 이미 실토를 했고, 그 돈은 집에 살림 생활비 보태쓰라고 갖다주라고 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국회는 9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특수활동비 축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에 칼을 빼들기 전에 국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정의당은 올해 예산 심사에서 특수활동비 폐지와 투명화 문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낼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심 대표는 “국회가 힘의 논리로 운영되고 그것을 견제할만한 시민적 힘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지 않겠나. 지금 여소야대 국회에서 그동안 야당이 새누리당 핑계를 댔지만 이제 야당 스스로 책임져야 되는 구조, 구도가 됐다”면서 “야당 간의 공조를 통해 특수활동비 폐지를 적극 관철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의 4가지 과제로 당세 확장과 당 정체성 강화, 정책 혁신, 불평등 해소를 위한 선도정당으로의 탈바꿈 등을 제시하며 당의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심 대표는 “12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크게 허전하고 아쉬웠던 게 있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본 여러 여야 지도자들 중에 좋은 정당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둔 지도자를 보지 못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하고 싶어하는 지도자는 많은데 정말 좋은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준비, 그런 현대적 의미의 대안정당에 심혈을 기울이는 지도자를 제가 보지 못했다. 그 점이 굉장히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한국의 정치를 ‘캠프정당 체제’라고 규정했다.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에 의해 정당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이합집산식의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캠프정당 체제를 가지고는 국민에게 책임지기 어렵다”며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정의당과 저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내년 대선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 중심의 단일화는 역사적 시효가 끝났다”며 “정의당으로서 인물 중심의 단일화는 당의 미래를 크게 잠식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중심의 정당 체제’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 미래내각을 중심으로 정의당의 노동정치 전략과 한국형 복지전략, 그리고 대안에너지 전략, 신산업 전략 등 정의당만의 차별적인 민생 전략들을 구체화해 나가겠다”며 “무엇보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선도 정당으로서 20대 국회를 강하게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가 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대표적으로 내놓은 정책은 지난달 28일 발의한 ‘살찐고양이법’이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민간 대기업 임직원은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정하는 법안이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내세우는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 사드 국면 때문에 최고임금제 프로그램을 조금 뒤로 미루고 있지만 8월 휴가철 이후 캠페인을 통해 살찐고양이법을 시민의 법으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자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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