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가 2017년도 예산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만 3~5세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 배정방식을 두고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태년 간사는 이날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가 교육지원특별회계를 임의로 만들어 5조원 가량을 넣어서 누리과정을 지원하는 예산안을 보내온 것은 교육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에 강제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5조1990억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포함했다. 각 지방교육청이 교육감의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보통교부금이 아닌, 지정된 용처에만 지출을 해야하는 특별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편성해 집행토록 한 것이다.
편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는 올해보다 11.4% 늘려 누리과정 재원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는다. 정부의 방침을 뒷받침하기 위해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지난 8월26일 해당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태년 간사는 “한 의원의 법안은 발의된 후 심의도 안된 상황”이라며 “정부의 예산편성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누리과정이 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인만큼 중앙정부 예산으로 별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노후시설 보수, 기자재 교체 등 예산투입이 시급한 다른 사업도 많은 상황에서 누리과정이 각 교육청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는 문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춘식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있는 돈을 다 줘도 모자라는데 엉뚱하게 새로운 돈을 부담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변죽만 울리는 예산으로 교육현장이 황폐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누리과정 예산문제를 놓고 3당 정책위의장과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가 참여하는 협상테이블에 정부·여당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보인다. 김현미 예결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토론회에서 “국감이 열리는 문제도 있었지만 정부·여당이 이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라며 “예산안이 기일 내에 통과되기를 바라는 여러분의 마음을 실천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정부의 교육재정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오영훈 의원(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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