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에 인공지능, 빅 데이터, 5G, 양자컴퓨팅, 나노·바이오기술을 더해 고도의 생산성과 새로운 산업서비스를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2012년부터 기술과 제조업을 융합한 스마트공장(Smart factory)을 확산하는 산업정책 인더스트리4.0을 추진해왔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여 독일 제조업의 부흥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작년 스위스의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밥(Klauss Schuwab)이나 ‘3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종말’ 저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간과하지 않고 제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실업과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 인간소외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메르켈도 기업을 향해 “여러분 뒤에는 직원들이 있다.”며 고용안정을 강조했다.
새로운 생산시스템, 즉 무인화에 따른 노동자대체와 인간을 뛰어넘는 초능력로봇이나 인공지능체로 인해 인간은 소외감과 상실감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디다스의 신발제조공정, 중국 폭스콘의 전자제품생산공정, 그리고 월마트의 매장과 백오피스에서 이미 약 7만 명이 로봇으로 대체되었다. 이는 글로벌기업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작년에 4차 산업혁명관련 한 TV프로그램에서는 미국 코네티컷에 있는 직원 40명의 플라스틱사출공장에서 로봇 1대당 작업자 5명이 대체된 사례를 다루었다. 인상적인 모습은 사장이 박스터라는 로봇을 소개하면서 “박스터는 제품결함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제로에요. 제로...”라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바로 그 옆에는 인간 작업자가 있었다. 2600만 원짜리 로봇 한 대면 5명분의 일을 해내고, 1년이면 로봇 값 이상의 이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사람보다 훨씬 나아요.”라는 식으로 로봇을 치켜세우는 사장 옆에서 무표정하게 일하고 있는 작업자의 얼굴이 오히려 로봇처럼 느껴졌다.
지능로봇과 인간의 경쟁은 작년 3월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최고의 바둑실력을 자랑하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1로 승리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특수한 동작이나 기능에서 기계나 로봇, 컴퓨터가 사람을 앞선 경우는 많았다.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을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나 구글의 딥 마인드에게는 커다란 이벤트이자 비즈니스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그 대단함에 못지않게 ‘왠지 모를 씁쓸함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봤던 인간과 동등하거나 더 우수한 피조물을 연상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하나의 상품에 불과한 알파고는 최고수의 인간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기술의 진보에 따른 과실(fruit)과 더불어 고려해야할 점이 바로 인간에 대한 배려이다. 선진국은 자국의 산업적 강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자국민의 고용안정대책 역시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에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메르켈이 기업인들에게 직원일자리를 당부한 것도,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도 결국 자국민의 일자리와 복지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자국민의 일자리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특히 독일은 인더스트리4.0의 산업부흥정책과 함께 일자리 재배치와 직업훈련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4.0(work4.0) 정책을 동시추진하고 있다.
일자리문제 외에도 4차 산업혁명은 개인정보의 유출과 오용의 문제, 인간성의 상실과 인간소외의 우려를 자아낸다. 소수의 창조적 주체가 부상되는 반면 다수는 패배감이나 상실감을 떠안게 된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심화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적절한 해법이 수반되어야 한다. 슈밥회장의 ‘기술에 대한 투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것임에도 차별, 빈곤, 격차, 환경피해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유념해야 한다. 윤리문제도 고려대상이다. 올해 6월 미국 텍사스에서는 160개국의 전기전자공학원(IEEE) 회원들이 모이는 토론회가 열린다. ‘인공지능과 자율시스템의 사전설계에서부터 윤리성을 고려할 것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제4차 산업혁명은 얼핏 기술의 르네상스(Renaissance)를 구현할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르네상스’를 지향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2025년까지 8년, 길게는 2045년까지 28년의 시간이 4차 산업혁명의 절정기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수의 인간을 위한 착한 수단과 도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람이 우선이다.
이의준 한국키움경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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