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회사 측이 운전업무 수행을 않던 경리사원에게 운전을 지시해 교통사고가 났다면, 회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상 해당 사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H회사가 소속 경리사원인 장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리직원으로 한 번도 운전업무를 담당하지 않은 피고가 사건 차량을 운전한 것은 원고의 필요, 즉 소속회사 부장의 거래처 출장을 위한 것이었던 점, 원고가 피고의 자동차종합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데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운전하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구상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권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지난 2013년 7월 같은 회사 박모 부장의 거래처 출장 당시 차량을 운전할 직원이 없자 회사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했다. 이후 전방주시 의무 등을 게을리한 과실로 오토바이를 몰던 최모씨와 교통사고가 났고 최씨는 전치 6개월의 부상을 입었다. 최씨는 장씨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회사는 최씨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했고 장씨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피고에게 원고의 업무 수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한 민사상 책임까지 전가하는 것은, 장씨의 근무환경, 수입, 경제적 지위, 교통사고 당시 차량 운행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공평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원고는 피고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 제1항에 따라 최씨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손해를 배상한 원고는 민법 제756조 제3항에 의해 피용자인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구상권 범위는 신의칙상 원고가 지급한 돈의 20%인 6400여만원으로 제한함이 상당하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장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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