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애플이 휘청거리고 있다.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텐)'을 공개했지만, 기대만큼 혁신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시가총액이 50조원 넘게 증발했다.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아이폰X 출시 지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애플의 필 쉴러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아이폰X'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뉴욕증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애플 주가는 아이폰X을 공개한 지난 12일(현지시간) 주당 160.86달러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22일에는 151.89달러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36%나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달 1일에는 아이폰X 출시를 앞두고 시장 기대감에 힘입어 164.05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아이폰X 공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실망감이 반영되면서 애플의 주가는 추락했다. 아이폰X 공개 당일인 12일 애플 시총은 8308억달러에서 21일 7923억달러로 떨어졌다. 이튿날인 22일에도 주가는 0.98% 하락하면서 시총이 7845억달러로 주저앉았다. 아이폰X 공개 이후 불과 열흘 만에 463억달러가 증발했다. 내년 초 '꿈의 시총'이라는 1조달러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으나 현재로서는 달성키 어렵게 됐다.
애플의 주가 급락은 아이폰X이 999달러라는 비싼 가격에 비해 혁신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뒤따르면서다. 애플은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아이폰X을 공개하며 얼굴인식 시스템 '페이스 ID'를 시연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세계적 망신을 샀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지문이나 비밀번호 대신 얼굴인식 기능으로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을 탑재했지만, 이는 이미 안드로이드 폰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부품 수급 문제로 출시 일정마저 11월3일로 미뤄지면서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애플은 아이폰X에 아이폰 최초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지만, OLED와 듀얼카메라 등 핵심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 공급 문제로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이폰X와 함께 공개된 기존 모델 업데이트 버전 '아이폰8'이 1차 출시국인 미국·중국·영국 등에서 생각보다 소비자 반응이 시큰둥한 것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1차 출시국에 포함한 중국에서는 22일 아이폰8 판매를 시작했으나, 과거와 같은 구매 대기 행렬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 전역의 매장에서 아이폰8 판매가 시작됐으나 과거와 같은 열띤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아이폰8 성능이 가격이나 기대에 걸맞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상당수 수요자들의 열기가 가라앉았다"고 평가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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