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4월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회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이번 주 조직구성 등을 마치고 다음 주부터 북한과 실무협의를 시작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내일이나 모레(15~16일) 준비위 인선안을 발표하고 첫 회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금주 중 준비위가 가동이 되면 거기에서 내실 있게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 간의 협의도 향후 계속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준비위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가정보원,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으로 꾸려진다. 지난 2000·2007년 남북 정상회담처럼 추진위와 추진기획단으로 이원화하지 않고, 단일 조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회담들이 평양에서 열린 것과 달리 이번 회담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림다는 점에서 일정이 이전보다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준비위가 구성되면 다음 주 중 남북 간 첫 실무협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특별사절단 방북 당시 합의한 ‘6개 항목’ 중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부터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 등에 대한 협의들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핫라인의 경우 정상회담 전에 구축될 것이란 관측이다. 설치장소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든지 직접 통화가 가능한 집무실이 유력하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북측 실무진들이)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이야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면서 직접 소통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상대적으로 의제 조율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제협력, 제재 완화와 같은 부수적인 것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무진들의 줄다리기 논의가 아닌 남북 정상, 특히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하고 “보통 제재 완화를 하고 점층법으로 대화를 해왔다면,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더 큰 고리를 끊어 다른 나머지들이 자동적으로 풀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하나 푸는 방식이 아닌, 일종의 고르디우스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이라고 했다. ‘고르디우스 매듭’은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칼로 잘랐다고 하는 전설 속의 매듭으로,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뜻의 속담으로 쓰인다.
청와대는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해 온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 윤곽을 어느 정도 잡아야 이어지는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야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명분이 만들어지고 남북경협, 군사 긴장 완화,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을 본격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회의가 열린 13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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