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1년 넘게 공방을 벌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등에 대한 1심 결과가 6일 나온다. 18개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이지만, 433억원이 넘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관련한 삼성 뇌물 혐의가 얼마나 인정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 하나하나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검찰 측 공소사실과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설명한 뒤 객관적 증거 등을 언급하고 유·무죄를 판단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수수·제3자 뇌물수수·제3자 뇌물요구), 공무상 비밀누설,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재판부 판단을 받는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경영권 승계 등 기업 현안을 안고 있던 이 부회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과 특검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 뇌물수수 공소사실을 보면 약속금액이 433억2800만원에 이르고 실제 수수금액은 298억2535만원에 달한다.
이를 세부화하면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명목으로 총 213억원(약속액 135억265만원·실제 수수액 77억9735만원)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뇌물수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명목으로 204억원의 출연금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16억28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직접 돈을 받은 사실이 없을뿐더러 이 부회장의 청탁을 들어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부분 판단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지표는 이미 나와 있다. 바로 지난 2월13일 있었던 '공범' 최씨의 1심 선고 결과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삼성 뇌물 혐의는 고스란히 중첩된다. 따라서 최씨 1심 때와 비슷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씨에 대해 선고한 당시 재판부가 이번에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판단할 형사합의22부로 같다는 점도 예측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의 삼성 부분 뇌물 혐의 중 정씨 승마지원 부분에 대해서만 일부 유죄 판단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뇌물수수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수수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정씨 뇌물 액수도 검찰 주장액인 77억9735만원이 아니라 72억9427만원 및 차량 4대 무상 사용 부분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씨 승마지원 관련해 "뇌물수수 약속의 경우 용역계약서상 표시된 금액은 잠정적인 예산을 추정한 것에 불과하고 해당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의사가 확정적으로 합치됐다고 보기 어렵고 차량 4대 소유권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영재센터 관련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개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과 포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을 했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이를 받아들여 뇌물을 수수했다는 특검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특검이 주장하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 자체가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거나,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위해 특검이 주장하는 순서대로 개별 현안들이 추진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범행 성립 여부와 관련해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해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의 인식만으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뇌물공여자 입장인 이 부회장에 대한 심리를 맡은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현안과 청탁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르게 해석했다. 이 부회장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당시 재판장 김진동)는 "개별 현안에 대한 묵시적·간접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의 추진 사실은 인정된다. 특검이 제시한 개별 현안 중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등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접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 자체가 공소사실과 같은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의 추진에 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이 부회장을 석방했다.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지난해 8월2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 뒤 처음으로 열린 국정농단 관련 60차 공판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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