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우체국 알뜰폰 위탁판매업체에 대기업 계열 사업자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 알뜰폰 사업이 중소 알뜰폰업체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취지지만 중소기업 위주의 기존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우본)와 알뜰폰업계에 따르면, 우본은 내년 우체국에 입점할 알뜰폰사업자를 기존 중소업체에서 대기업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10곳을 선정하고, 이동통신사의 알뜰폰 자회사를 제외한 대기업 계열사 2곳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주춤하는 우체국 알뜰폰사업에 대기업 계열사를 입점시켜 시장 활성화를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본은 지난 18일 중소 알뜰폰업체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방안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중소 알뜰폰업체들은 정부와 중소업체의 상생 협력모델을 만들고, 알뜰폰 중소업체의 유통채널을 확대한다는 우체국 알뜰폰사업의 처음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본은 그동안 위탁판매사업자를 선정하면서 대기업 계열사를 배제해왔다. 현재 3기 사업자들인 아이즈비전, 유니컴즈, 큰사람, 위너스텔, 인스코비, 머천드코리아, 서경방송, 제주방송, 와이엘랜드 등은 모두 중소업체들이다.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우체국은 오프라인 최대 알뜰폰 유통망”이라며 “중소업체 입장에서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 계열사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알뜰폰을 통해 우본이 우체국 수익사업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 중소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우체국은 대기업이 들어와 알뜰폰 가입자를 확대하면 유치 수수료를 더 많이 받게 된다”며 “애초 중소업체 지원책이 아닌 수익사업 모델로 도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는 우본의 기존 사업 방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달 가입자 500명을 유치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주는 등 지나친 경쟁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소사업자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보호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우본 관계자는 “6월 사업자 선정 공고를 앞두고 알뜰폰 활성화 차원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한 것일 뿐”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우정사업본부는 알뜰폰시장 활성화를 위한 알뜰폰사업자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우본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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