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유럽연합(EU)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잠정 조치 발동에 철강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다. 철강사들은 미국에 이어 EU까지 보호무역에 나서면서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1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철강협회 대회의실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동부제철, 포스코강판, 고려제강, TCC동양, DSR제강, 휴스틸, 대앙금속, 코리녹스, BNG스틸, 일진제강 등 14개 기업 이사·상무급 임원들이 모여 산업통상자원부와 긴급 회의를 가졌다.
19일, 정부와 철강업계가 EU 세이프가드 잠정조치 발동에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사진/한국철강협회
EU는 이날부터 수입 철강제품 23개 품목에 대해 세이프가드 잠정조치를 발동했다. 잠정조치는 최대 200일까지 효력을 발휘한다. EU는 내년 초까지 최종 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지난 3월 26일 세이프가드 조사 개시 이후 4월 4일과 6월 27일 두 차례 공식 서한을 보내 부당함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U는 지난 3년(2015~2017년)간 평균 수입 규모를 초과하는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이른바 저율관세할당량(TRQ) 방식이다. 해당 제품에 대한 한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330만2000t(약 3조2800억원)에 이른다.
철강업계는 지난 3월 미국에 이어 EU가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면서 향후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보복성 수입제한 조치가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대해 2015~2017년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268만t)에 해당하는 수입 제한 쿼터를 설정했다. 또 호주를 제외한 다른 나라 물량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한국산 파일용 강관, 방향성 전기강판 등 일부 품목은 이미 쿼터를 초과해 추가 수출이 막힌 상태다.
한 임원은 "그동안 정부와 수차례 대책회의를 가졌고 대응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일단 EU의 이번 조치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 물량을 100%(기존 수준)만큼이라도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철강업계는 보호무역 확산 대응책으로 피해국들 간 공동 대응, 수출선 다변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차선책일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양자 간 협의를 통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민관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통상정책 창구를 일원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실장은 "EU의 이번 잠정조치에는 경제 외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며 "한국산 철강재가 EU 산업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피력해 최종 조치에서 한국산은 제외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철강업계는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25%) 관세 부과 방침에도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 철강재 역시 함께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치에 맞서 유럽연합(EU) 등 여타 국가들이 세이프가드 등의 수입 제한조치를 잇따라 내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무역 갈등이 증가하는 추세는 전반적인 철강 수요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전방산업인 자동차 등의 업황 부진도 맞물려 있어 향후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