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알몸남' 충격으로 홍역을 겪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가 외부인 통제를 시작했지만, 성별을 가리지 않겠다는 공언과는 달리 사실상 남성 통제로 굳어가는 모습이다.
동덕여대는 29일부터 정문과 후문 등으로의 외부인 유입을 통제했다. 외부인이 학교 캠퍼스 본관으로 들어가려면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발급받아 들어가는 형식이다.
배달 오토바이도 교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하면 학생이 찾아오도록 돼있다. 택배 업체의 경우, 학생이 들기 힘든 물건이 많아 차량 진입이 허가된다.
본관 바로 밖에 있는 체육관 역시 입구가 폐쇄됐다. 평소에는 지역 주민이 아침 일찍 이용했지만, 이날부터 허용되지 않았다.
이처럼 동덕여대는 표면상 강력한 통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실제로는 틈이 많아 보였다. 정문 입구에 서 있는 인력 1명, 경비실에 있는 1명 정도로는 꼼꼼한 단속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단속하겠다는 학교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여성은 대체로 입구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편이었고, 주로 남성이 출입증을 발급받는 양상이었다.
경비원 A씨는 "모든 사람을 구분할 수 없을 뿐더러, 경찰도 검문을 함부로 못하는 세상에 권한 없는 우리가 일일이 신분증 확인하는 건 어렵다"며 "여대이기 때문에 젊은 여성이면 이 대학 학생이려니 한다"고 말했다.
또 외부인 통제 정책 과정에서 학생 의견 수렴이 미진했던 관계로, 학생들이 인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점심 시간대에 배달 오토바이가 정문까지 왔다가 대기하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바로 다시 돌아가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학생 사이에서 찬반도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정문에 놓인 출입 통제 메시지를 보면서 '음식 배달 포함'이라는 문구를 두고 수군거렸다. B학생은 "'배달 포함이라니, 고등학교와 뭐가 다르냐. 고등학생 때 '몰래 갔다주세요'라고 주문한 일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모(20)씨도 "경비 인력을 확충해 건물 출입을 통제하면 되지, 정문과 후문부터 막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C학생은 "학교가 해야 할 일을 지금에서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통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생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지만,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진 않은 모양새다. 학교는 지난 16일 학생 공청회 때 의견을 받아들여 외부인 통제를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총학생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종화 총학생회장은 "'알몸남' 사건에 대한 대처에 관해 질의서를 보냈다"며 "아직 질의서 답변도 오지 않은 상황에서 왜 통제 정책을 밀고 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와 학생이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대학 근처에서 배달을 업으로 삼던 음식점들만 비상이 걸렸다. 한 종사자는 "학생이 정문으로 나오는 게 너무 느려서 배달 자체를 포기했다"며 "이 부근은 매출 50%를 학생이 차지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동덕여대는 카드 리더기가 작동하는 오는 11월1일부터 제대로 된 단속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모든 건물의 모든 문에 카드 리더기를 설치했다"며 "방문증으로 열리지 않기 때문에, 출입증을 가진 교직원 등 내부인이 도와줘야 건물 안으로 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동덕여대 학생들이 캠퍼스 정문을 드나들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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