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산업1부 기자
일부 여야 의원들이 통신비 인하 차원에서 단말기완전자급제(자급제)를 추진하고 있다. 단말기 판매와 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면 제조사와 통신사간 경쟁 유발이 가능하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질 것이란 것이 이유다. 국회 관계자는 "유통망으로 흘러가는 비용이 이용자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사의 경쟁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단말기 값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자급제 도입을 통해 단말기 가격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하지만 자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사 개통 서비스를 분리한다고 가계 통신비가 내려갈까?", "한국시장에 자급제를 도입하면 애플하고 삼성전자가 가격 경쟁해서 스마트폰 가격을 과연 내릴까?"라고 반문 한다.
실제 전세계 스마트폰 강자인 애플은 올해 신제품 가격을 최고 196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이통사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저렴해 보일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 가격이 해마다 높아지다 보니 통신 서비스 요금을 낮춰도 실제 체감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통신서비스 물가는 100.08에서 올해 2분기 98.93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단말기 물가는 같은 기간 98.53에서 104.86으로 상승했다.
통신비와 단말기 가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따로 구입해도 결국 소비자 지갑에서 각각 지출될 뿐 통신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동일하다. 단말기 인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통신비 인하는 실현될 수 없다는 얘기다.
자급제가 도입돼도 단말기 가격이 떨어질 리 만무하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분기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삼성전자가 65%, 애플 17%, LG전자 12% 수준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쓰는 소비자가 10명 중 8명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 비중은 전세계 기준 3% 수준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한국 소비자를 위해 제조사들이 단말기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소비자는 자급제 시행 시 높은 가격의 단말기를 사서 서비스에 따로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섣부른 자급제 도입보다는 유통구조를 더 투명하게 하 돼 다양한 단말기 제조사들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고, 제조사 경쟁으로 가격을 낮출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방향은 소비자 편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말기와 서비스 판매의 이원화가 아닌 통신비 경감이다.
이지은 산업1부 기자(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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