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을 무장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블록체인 시장 선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KISTI 마켓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201억원에서 오는 2022년 3562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리포트는 같은 기간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이 2억1100만달러(약 2385억원)에서 37억4000만달러(약 4조2281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블록체인 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도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1세대 블록체인 산업 가운데 하나인 암호화폐공개(ICO)가 지난해 9월 이후 국내에서는 전면 금지된 탓이다. 블록체인 산업의 기초로 여겨지는 암호화폐의 지위가 국내에서는 불안정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중이다. 암호화폐 지원 기술을 넘어 미래 주요 기술로 떠오른 블록체인을 둘러싸고 최근 국부 유출 우려마저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의 블록체인 준비 상황과 과제에 대해 집중 점검해본다. (편집자)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블록체인 플랫폼 선점 경쟁에 나섰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뿐 아니라 SK텔레콤·KT 등 이동통신사업자들도 개발 플랫폼을 개방해 생태계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업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자가 없는 상황이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장부로 데이터가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참여자에게 전송된다. 위조나 변조를 해도 데이터가 공개돼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된다. 이같은 특성으로 블록체인은공공 거래장부 혹은 분산 거래장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 ICT 기업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점해 향후 사업 확장을 노릴 전망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인 메인넷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해당한다. 메인넷에서 구동되는 앱은 디앱 또는 댑(분산형 앱·dAPP)이라 부른다. 메인넷을 보유한 회사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준비 중인 기업들의 디앱을 자사 메인넷에 구동시켜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이용자들이 디앱에서 보상으로 얻은 토큰을 메인넷 안에서 소비하도록 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수익 모델도 개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인 만큼 주도권을 가져오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ICT 업계가 모두 뛰어들었다"며 "초반 생태계 구성이 향후 사업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에 도전장을 던진 사업자들은 그동안 쌓아온 플랫폼 노하우를 총결집 중이다. 미래 회사 수익 사업의 초점을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메인넷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메인넷은 링크체인이다. 링크체인은 라인 플랫폼 내에서 디앱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독자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표방한다. 1억6400만명에 달하는 메신저 라인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개발자를 끌어올 전망이다. 플랫폼을 개방해 블록체인 서비스가 이용될 디앱들을 회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라인은 지난 8월 블록체인 플랫폼 링크체인을 공개하며 블록체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링크체인은 라인 플랫폼에 디앱을 바로 적용할 수 서비스다. 라인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라인은 이와 함께 자체 디앱 개발에도 나섰다. 현재 미래예측·지식공유·상품 리뷰·식당 리뷰·여행지 리뷰 등 5가지 서비스 분야의 디앱을 개발 중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5일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맛집 리뷰 서비스 '타파스'는 맛집 정보를 수집하고 블록체인 기반 보상으로 사용자층을 넓힐 것"이라며 "사용자와 사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카오 역시 메인넷과 디앱 준비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내년 상반기 중에 열 메인넷 클레이튼은 개발자의 개발 환경 제공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클레이튼의 개발도구에는 ▲토큰 보관·전송을 지원하는 '클레이튼 월렛' ▲활동 모니터링 '클레이튼스코프' ▲지식 공유 플랫폼 '블라스크' 등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메인넷 개설 전에 서비스 안정성 등을 확인하는 사전테스트 버전인 테스트넷을 열어 파트너 회사를 모집했다. 현재 공개된 클레이트 파트너 회사는 9곳으로 게임, 웹툰, 푸드 데이터 등 이용자 생활에 밀접한 분야다.
카카오 역시 국내 대표 메신저 카카오톡을 보유한 만큼 메신저와 연계한 서비스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이용자들이 친숙하게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카카오는 메인넷을 준비하며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트리, 픽션 네트워크 등과 손 잡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중화를 목표로 다양한 산업군의 파트너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메인넷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이후 자체 디앱 개발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의 3분기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019만명이며 전세계 230개국 16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이통사들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특성을 살려 회사 플랫폼에 적용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상용화 준비 중인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을 공개했다. KT는 올레tv 주문형비디오(VOD) 유통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투명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에는 KT그룹희망나눔재단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을 구축했다. 기부 내역과 기부금 집행·전달 경로 등이 기부자에게 공유된다. KT는 개인 간 직접 기부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부 시스템을 내년 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블록체인을 적용한 해외결제시스템을 내년 상반기 중에 적용한다.
이외에도 국내 게임사 가운데 넥슨과 넷마블, 위메이드 등은 투자나 자회사 설립 등 방식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 중이다. 넥슨 지주사 NXC는 최근 유럽 암호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NXC는 지난해에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바 있다. 넷마블은 지난 3월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을 추가하며 블록체인 사업에 관심을 표했다. 위메이드트리는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개발에 착수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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