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지역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나 활력이 예전같지 않고, 대학은 좋은 교육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학교 담장 밖을 넘기 힘들다. 그 사이에 낀 청년들은 열정을 가져 창업을 하고자 해도 어떻게 하는지도, 도움을 줄 곳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 캠퍼스타운은 여기서 출발한다. 대학과 지역이 융합해 청년들을 키우고 나아가 청년들의 힘과 문화로 지역과 대학을 키우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 캠퍼스타운은 혁신창업 전진기지로 여기서 성장한 창업팀은 IPO(기업공개) 나아가 유니콘을 꿈꾼다. 캠퍼스타운에서 활동 중인 샛별들,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편집자주)
“지역사회와 협력해서 20대의 식생활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외식경영학과 프로젝트팀 '공상가'의 장예지 대표(26)는 인터뷰에서 사업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장 대표는 숙명여대의 르꼬르동블루 외식경영학과 출신으로, 용문시장으로 학생을 끌어들이는 수업 프로젝트를 지난해 시행했다가 벽에 가로막혔다. 프로젝트를 캠퍼스타운 공모전에 제출해 장려상까지 받고 추가 활동 6개월을 부여받았지만, 학생이 전통시장에 가려는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저희 머릿속에만 완벽한 그림이었지, 실제 소비자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너무 시장 위주의 생각이지 않았을까 하고 반성했습니다. 시장이 소비자를 찾는 것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죠."
장 대표가 천착한 아이템은 대학 주변 1인 가구에게 공급하는 과일이었다. 숙대 주변에는 20대 여성 1인 가구가 다수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과일을 섭취하기 힘들어 건강한 식생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전통시장이나 과일가게에서 다량으로 묶어서 파는 과일은 끝까지 다 못 먹고 버리게 된다. 편의점·마트·카페에서는 1인 가구에 맞춰 소량 판매를 하지만 과일 가짓수가 적다.
"통학하면서 지나치는 한 과일가게는 4년 내내 사과 7알을 한꺼번에 묶어서 팔더라고요."
이후 창업을 결심하자 캠퍼스타운은 창업 공모전을 소개해 대상을 받을 기회를 줬고, 레시피 전문가 등을 소개해줘 자문을 받게 하는 등 도움을 줬다.
공상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용문시장에서 신선한 과일 7종을 교내로 가져와 '팝업 스토어'인 용용장터에서 판매하는 것이었다. 전통시장이 학교를 찾아가는 콘셉트로 현재까지 10회 이상 진행됐다. 사과 한 알, 귤 한 알 단위로 사가는 방문객이 자주 보였으며, 많게는 한 번에 150명이 오면서 '충성 고객'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후 장 대표는 용문시장에 임대점포 '같이가게 가치가게'를 차려 교내에 과일 도시락 배송을 하고 있다. 도시락은 커피 대신에 입가심을 할 만큼의 과일을 담는 지퍼백 파우치에 담긴다. 커피처럼 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고, 가방에 넣었다가 뺄 수 있으며, 지퍼를 언제든지 잠가 신선도를 유지하는 편의성을 갖췄다.
"마음만 같아선 예쁘고 아름다운 디자인했으면 했지만, 낮은 단가와 휴대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공상가의 과일도시락 판매 공고. 사진/공상가 인스타크램 캡처
샤인머스킷 포도, 살구, 산딸기 등 복수의 과일을 넣은 과일 도시락은 2000원이며 판매 기간은 1주일에 사흘 정도다. 하루 최소 20명이 신청하고, 1명이 상품을 3~4개 구매한다.
장 대표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비건 베이커리를 추가할 생각이다. 교내에 채식 동아리가 생기는 등 비건 수요는 늘고 있지만, 학식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옵션이 전혀 없다. 학식에서 야채만 골라내거나, 도시락을 싸오거나 멀리 떨어진 비건 음식점을 가야하는 상황. 비건 베이커리 특성상 버터 같은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라는 판단이다.
용용장터와 과일 도시락을 주력 판로로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면서, 20대에 건강한 식생활 문화를 자리잡게 하는 게 장 대표의 목표다. 소비자 지향적인 서비스가 충분한 수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전통시장 상인에게 보여주려는 목표 의식도 있다.
따라서 이번 여름에는 특정 상인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을 용문시장이라는 지역사회 전체로 넓혀가려고 한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원가에 대주고 있는 상인에게 온라인 마켓을 구축해주고, 구축 결과를 포트폴리오로 삼아 용문시장 상인회에 비슷한 플랫폼을 제안해 전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예비창업가들에게 당장 높은 목표를 성취하려고 하기보다는, 목표를 단계적으로 쪼개서 하나씩 성취할 것을 권했다. 소비자를 전통시장으로 무작정 끌어들이는 시도는 실패했고, 일정한 단계를 거쳐서야 오게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관계를 공고히 하며, 그 다음에 소비자를 가치가게로 데리고 왔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지금 하는 일이 맞아떨어진거죠."
장예지 '공상가' 대표가 용산전자랜드 신관에 있는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사업단 거점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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