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잇따른 개발 실패에도 불구하고 국산 항암제 등장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유효하다. 다만 최근의 실패 사례에 따라 고집스러운 자체 개발보다는 기술수출이나 공동개발 등을 통해 안정감을 더한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파트너사에 기술수출 또는 공동개발 중인 국산 항암제들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에이치엘비와 신라젠 등 항암제 개발을 진행해온 기업들이 연달아 고배를 마시며 국산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개발 품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해당 경우에 부합하는 두종의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호중구감소증 신약 후보물질 '롤론티스'는 지난 2012년 스펙트럼 기술수출(28880억원 규모)돼 임상을 완료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3월 완제품 데이터 보완 요청을 받은 상태다. 치료제 자체가 아닌 생산 관련 데이터 보완인 만큼 FDA 허가를 획득한 첫 국산 항암제 경쟁 주자 중 가장 앞서 있는 상태다.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은 지난 7일 핵심 연구결과인 1차 유효성 평가 목표 달성을 발표하고, FDA 신약허가 사전미팅 신청일정을 조율 중이다. 기존 정맥주사용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전환한 오락솔은 한미약품의 자체 개발 플랫폼 오라스커버리가 적용돼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기술수출 된 바 있다.
제넥신은 미국 관계사 네오이뮨텍과 면역항암제 'GX-I7'을 개발 중이다. 제넥신의 자체 플랫폼 기술 '하이브리드 FC'에 면역 T세포 강화를 위한 물질 '인터루킨'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GX-I7은 지난해 2017년 중국 바이오기업 아이맙바이오파마에 약 6200억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특히 한미약품과 제넥신의 신약 후보들은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아 개발단계와 허가 이후 시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혜택이 기대된다.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연간 최대 40만달러의 임상 비용 지원과 50%의 임상 비용 세금 감면, 시판 승인 시험 계획 관련 자문 제공, 심사 기간 단축, 7년간 시장 독점권 보장 등이 가능하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11월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도 또 하나의 기대 후보다. 올해 ASCO에서 임상 1/2상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 결과를 발표한 상태다. 이를 통해 65%의 객관적 반응률과 경쟁약 대비 긴 무진행 생존기간을 이끌어냈으며, 내년 2상 돌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이치엘비와 신라젠의 사실상 임상 실패로 국산 바이오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신약 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단 초기 기술수출을 하는 것이 현재 국내 상황상 현실적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며 "기술수출이나 공동개발은 해당 품목의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의미기도 하며, 현지 임상 경험이 풍부한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기술수출은)기술료 수령을 통한 이윤이 창출된다는 장점도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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