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남산예술센터의 공공성이 기로에 서있다. 서울예대의 사유화 논란, 센터의 독립성 논란 등 뜨거운 이슈들이 떠오른 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은 30일 오후 ‘서울문화재단 공공극장의 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 시민들과 남산예술센터 등 공공극장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서다.
남산예술센터의 소유주인 서울예술대학교는 지난 2009년부터 서울시에게 센터를 임대주고 있으며, 임대료는 1년에 10억원이다. 그러던 중 서울예대가 지난해 돌연 임대 계약 종료를 선언하는 바람에 센터의 운명은 불투명해졌다. 계약 마감일인 오는 2020년 12월31일 이후에, 계약을 연장할 지 여부 등에 대해 서울예대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무 임대관계 없이 남산예술센터가 서울예대 소유로만 남는다면, 센터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연극인들의 네트워크인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는 2009년 이전에는 센터가 공공극장이 아니라, 학생의 실습무대로 전락했다고 지적해왔다. 당초 서울예대의 창립자인 극작가 유치진이 1960년에 공공극장인 드라마센터(현 남산예술센터)를 개관하고, 서울예대에 기부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특혜를 받고 함부로 사유화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연극계에서는 서울예대가 사회 환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초에 공공극장으로서 세워졌는데, 이를 통해 재산을 불렸으니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다. 박장렬 전 서울연극협회장은 "드라마센터가 세워진 가장 큰 모토는 한국 연극 발전이었다"며 "서울시의 임대료를 서울예대가 다 가져가는 건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사회에 다른 방법으로 공헌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상위 기관인 서울시는 연극인의 공론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에 연극계에서 공공성 보장 요구를 해서 서울예대와 임대 관계를 맺은 것"이라며 "저희가 먼저 계약 관계에 대해 언급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은 계약이 영영 복구 안될 경우를 대비해 동숭아트센터 공간 활용도 고민 중이다. 재단은 청사 일부 이전을 위해 동숭아트센터를 매입한 뒤 리모델링에 착수하고, 2020년 10월 재개관 예정이다. 동숭아트센터의 소극장 공간이 남산예술센터 기능을 대신하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예술인들의 반대에 부딪힐 공산이 있다. 박 전 협회장은 "드라마센터는 역사성이 있는 곳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남산예술센터는 독립성 문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서울문화재단은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을 지역문화본부 산하로 개편했다가 연극인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지난 1월23일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을 독립 단위로 다시 분리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발언했지만, 현재 재단의 입장은 바뀐 상태다.
재단 입장이 바뀐 이유는 조직 개편으로 인한 후폭풍 때문이다. 조직 개편으로 인해 예술인 지원 정책의 업무량이 2배 늘어나자, 정책 공모 발표를 한 달 가까이 연기한다고 2월에 밝혔다가 홍역을 치렀다. 이후 지원 업무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인력을 보강하는 등 힘을 쏟았기 때문에, 현재는 남산예술센터 등을 다시 독립시킬 만한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 27일 오후 남산예술센터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