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자치구들의 옴부즈만 체제가 제기능을 못하고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형식적으로 설치해두고 운영이 활성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잦은 편이었다.
3일 서울시의 '지방옴부즈만 설치 운영 현황'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지방옴부즈만을 두고 있는 곳은 모두 10개다. 세부적으로는 강동·강북·구로·관악·동대문·마포·서대문·성동·양천·은평구다.
이 중에서 옴부즈만이 생긴 이래 연간 고충민원 접수 건수가 10건이 채 되지 않는 자치구는 강북구와 은평구 2개였다. 강북구는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건을 넘긴 적이 없었으며, 지난 상반기에도 2건에 불과했다. 은평구 역시 2017년 창설 이래 2건과 5건을 차례로 기록하다가 올 상반기에 2건을 접수한 바 있다. 지난달 중순에 옴부즈만을 막 설치한 양천구가 민원 두 건을 처리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적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역대 연간 건수가 10대나 20대에 머무른 자치구들도 3개 있었다. 올해 들어 6개월 동안에도 6건에 머무른 관악구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도 12건이 최고였고, 동대문구는 지난 상반기 14건을 기록했다. 마포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적게는 30건에서 많으면 76건을 기록했으나 허수를 제외하면 10여건 내지 20여건이라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고충민원이 적은 편에 속하는 자치구들은 없는 민원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강북구 관계자는 "고충 민원은 주민이 신청 들어와야 하는 게 있어 억지로 늘리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거 같지는 않다"며 "옴부즈만 위원들도 본인의 일이나 생활이 있어 비상임이다 보니,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도 힘들다고 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도 "도로를 보수해 달라는 식의 일반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며 "옴부즈만까지 올 진짜 억울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예산 문제로 위원의 일하는 시간을 길게 설정하지 못하고, 월 1회나 주 1회 정도로 설정하거나 이들을 뒷받침할만한 전담 사무 인력을 1명 내외로 두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반해 고충민원이 비교적 많은 자치구는 위원이 시간제 근무를 하거나 전담 사무 인력이 많은 편이었다. 올 상반기에만 고충민원 126건을 기록한 성동구는 전담 사무 인력이 4명이다. 게다가 사무 인력 중 하나는 공무원 출신의 정무직 인력로 유연한 사고를 더했다. 해당 정무직은 "공무원은 항상 책임이 따르잖아요. 말을 잘못했다든가, 업무적으로 잘못됐다든가 편한 답변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는) 그런 부분을 좀 떠나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편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옴부즈만 운영 활성화가 자치구의 의지 문제라고 조언했다. 이상수 한국공공신뢰연구원 원장은 "원래 공무원은 외부 인사가 청렴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옴부즈만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파트너십 맺어 동등하게 대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19일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18개 지자체 지방옴부즈만 등이 자리한 가운데 열린 '전국 지방옴부즈만 협의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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