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금호산업이 매각하는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품에 안긴다. 아시아나항공 출범 31년 만이다.
금호산업은 1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호산업은 공시를 통해 "향후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와 주요 계약조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경우 재공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은 지난 7일 진행됐는데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제주항공·스톤브릿지캐피탈, KCGI·뱅커스트릿 3곳이 입찰서를 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약 1~2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연내 매각 의지가 강한 만큼 빠르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유력 후보였던 현대산업개발은 약 2조5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하고 제주항공은 1조5000억원 안팎을 써냈다. 두 컨소시엄의 입찰가가 최대 1조원 가량 차이가 나면서 현대산업개발에 인수 기회가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반면 KCGI 컨소시엄은 국토교통부에 항공운송업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의뢰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항공운송사업을 하려면 항공사업법 등이 정한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실사를 거쳐 협상에 돌입한다. 실사를 토대로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의 재무 부실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내세워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른바 '구주'와 '신주'의 가격을 놓고 양측이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인 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인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주 대금은 모두 금호산업이 가져올 수 있어 금호는 구주의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길 원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수자가 받을 수 있는 신주에 더욱 가치를 두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구주 가격으로 3000억원 후반에서 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대로 계약하면 남은 인수가 약 2조원은 모두 신주로 납입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아시아나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신주 가격을 높게 매기길 원하는 상황이다. 산은은 매각 조건으로 '신주 가격을 최소 8000억원 이상 써낸 후보자'를 내걸었는데 이는 지난 4월 인수한 아시아나 영구채권(30년 만기 전환사채) 5000억원과 추가 3000억원 대출과 보증을 합한 금액이다.
인수전 초기부터 제기됐던 분리 매각에 대한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6개 자회사를 통째로 매각하는 이른바 '통매각'을 고수하고 있지만 협상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상장된 자회사 4곳 중 에어서울과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아시아나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지만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은 각각 76.20%, 44.20%씩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머지 지분 매입을 위한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부 자회사는 매각하거나 현대산업개발 계열사가 이를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협상에서 의견을 조율하면 다음 달로 예상되는 주식매매계약을 거쳐 매각이 마무리된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금호그룹에는 건설사인 금호산업과 운수업체 금호고속만 남는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까지 재계 순위 10위권을 유지했던 금호그룹은 80위권으로 밀려나게 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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