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재계의 시선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서 미래 비전으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도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플라잉카 분야에서는 협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14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연내 본계약(SP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앞두고 있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의 매각 의지가 강한 만큼 변수가 없다면 정몽규 회장은 올해 안에 아시아나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 인수를 눈앞에 둔 정 회장은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 인수는)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육상·해상·항공사업을 함께 하는 방안을 연구해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정 회장이 말한 모빌리티는 '먼 조카뻘'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강조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은 현재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플라잉카(Flying Car)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1년여간 모빌리티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 인수를 앞둔 정 회장 또한 모빌리티를 언급하면서 재계에서는 현대가의 협력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플라잉카 개발을 위해서는 항공우주 기술과 산업 노하우가 필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관련 경험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영입한 것도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에서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개발 철학을 발표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산업개발은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향만 설정했을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이번 아시아나 인수전에서는 미래에셋대우,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호텔신라를 파트너로 골랐는데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가의 가풍이 돈독한 편인 것도 협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실제 정 수석부회장과 정 회장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경기를 함께 관람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정 수석부회장의 누나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딸 선아영씨 결혼식에서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경영 스타일도 두 총수가 비슷하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가족 행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두 총수가 함께 있는 모습이 종종 포착된 만큼 사이는 나쁘지 않을 것"며 "협력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각자의 장점을 살려 힘을 합친다면 시너지는 대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난 후 기자회견하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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