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MBC 드라마 ‘꼰대인턴’에는 두 가지 유형의 꼰대가 등장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꼰대 ‘이만식’(김응수 분)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꼰대 가열찬(박해진 분)이다. 가열찬을 연기한 배우 박해진은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가열찬에게 깊이 공감을 했다.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통쾌한 갑을체인지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 일터 사수기를 그린 코믹 오피스물이다. 극 중 가열찬은 옹골 라면사업부에서 인턴을 하다가 이만식에게 온갖 수모를 겪고 준수식품에 입사해 승승장구하게 된 인물이다. 특히 자신이 꼰대 상사에게 당했던 수모를 떠올리며 쿨하고 좋은 상사가 되고자 한다.
드라마 상에서는 열찬이 이만식 앞에서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만 등장한다. 그가 왜 이만식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지, 과거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채 이만식의 갑질에 철저히 당하는 모습만 그려졌다. 이에 대해 박해진은 드라마의 분량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꼰대인턴’이 12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간이 짧았단다.
박해진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열찬이 인턴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점점 만식에게 주눅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자니 1회차를 다 써야 했다”고 설명했다. 박해진은 가열찬이라는 인물이 부족하고 모자라기 보다는 괴롭힘의 대상이 되면서 점차 자신감을 잃어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단다. 그는 “그냥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해도 그냥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꼰대인턴 박해진.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열찬은 준수 식품 부장이 되면서 방송 초반 쿨한 상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됐으면 바로 퇴근을 하라”고 부하 직원들에게 말을 한다. 하지만 이만식의 등장으로 열찬은 점차 자신이 싫어했던 꼰대 상사로 변해간다. 이에 대해 박해진은 “좋은 상사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런 모습이 녹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런 모습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신인 시절 상대방이 꼰대처럼 느껴지는 말을 하는 것을 듣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그런 말을 하게 만든 원인 제공도 있지 않나. 가열찬은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그런 성격의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타인에게 꼰대라는 말을 듣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말이기도 하다. 극 중 이만식은 꼰대스러운 행동을 함에도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다. 박해진은 “시선에 두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워낙 겁이 많다. 그러다 보니 맨날 말을 하기 전에 ‘조금 꼰대 같나’ 그런 생각을 스스로 한다”고 했다. 또한 “나와 눈을 마주치고 그 상대가 다른 사람과 귓속말을 하면 혹시 내 욕을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타인의 시선에 겁을 내는 박해진은 오피스 드라마에서 부장 역할을 하면서도 곤욕이었단다. 그는 “부장이다 보니 사람을 부려야 하는데 사람을 부리는 것에 서툴다”고 했다. 그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는 잘하지만 누굴 시키는 게 어색하다”고 가열찬을 연기하면서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다행히 열찬이 누군가를 시키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뛰는 스타일이었단다. 그는 “부장인데 맨날 부하 직원의 사건 사고를 처리하기 바빴다”며 “그러다 보니 오피스 드라마를 하는 건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리에 앉아 있는 것보다 사무실 출근 장면이 더 많다. 오피스 드라마를 가장한 꼰대 드라마였다”고 농담을 던졌다.
꼰대인턴 박해진.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점차 꼰대로 변하는 가열찬의 모습은 이만식과 많이 닮아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아버지와 아들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박해진은 “미워하지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운 정이 단단히 들었다”며 “이만식은 열찬에게 있어서 들추고 싶지 않은 치부다. 그런데 자신의 밑으로 들어온 이만식이 짠하기도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해진은 쿨한 상사의 모습에서 부하 직원에게 막말을 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열찬에 대해 “좋은 사람이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고 싶은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자신이 쌓아 놓은 탑이 한쪽이 무너지니까 보수를 하는데 또 다른 쪽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며 “사람이라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부하 직원의 이중성에 믿은 도끼에 발등이 찍힌 상황이니 울화가 치밀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박해진은 탁정은 역의 박아인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탁정은에게 소리를 치는 장면이 있다”며 “그렇게 누군가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도 처음이고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뭐라고 하긴 처음이었다”며 “근데 속은 시원했다. 실제로 박아인은 너무 무서워서 손이 달달 떨렸다고 하더라”고 박아인에게 미안해 했다.
꼰대인턴 박해진. 사진/마운틴무브먼트
‘꼰대인턴’은 단순히 꼰대의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고 시니어들의 축적된 노하우가 무조건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박해진은 “실제 시니어 인턴으로 출연한 선배들을 어떻게 하면 돋보일 수 있을지 감독님이 많이 고민을 했다”며 “점점 정년이 낮아지고 있는데 한창인 나이에 설 자리가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꼰대가 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노련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또한 좋은 상사의 조건으로 “소통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교감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사라 하면 시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물론 시키는 게 당연하다”며 “그걸 가이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상사가 좋은 상사인 것 같다”고 자신의 가열찬 부장 역할을 하면서 느낀 바를 밝혔다.
끝으로 박해진은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 대해 “벌어진 상황에서 가장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리가 된 것 같다”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꼰대인턴 박해진.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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