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신의 축복'이었다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치료에만 1억원이 넘게 들었을 것이란 추정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모든 사람이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대안 없는 말도 가감없이 쏟아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날로 벌어지자 조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격리돼 트위터 정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무책임한 언행들로 오히려 지지자마저 등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섞인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미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를 처방받은 것을 거론하며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신의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위장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직접 실험적 치료제를 투여받아 효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내가 받은 치료를 미 국민 모두가 무료로 받게 하고 싶다. 여러분은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다만 어떻게 무료로 받게 하겠다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은 올해 안에 나올 것이라며 선거 전에 나올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이날 "미국 의료 체계에서 대통령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 트럼프가 받은 의료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10만달러(약1억1600만원)이 넘게 든다"는 추산을 내놨다. 입원·치료비만 약 7000만원에 이르고, 특히 장기간 입원하는 상위 25% 고위험 환자가 내는 비용은 무려 19만3149달러(약2억2000만원)까지 치솟는다는 지적이다.
CNN은 "대통령은 자신이 받는 치료를 일반 미국인들은 받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말하는 것 같다"며 현실감각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트위터. 자료/트위터 캡처
확진후 사흘만에 퇴원이라는 기록을 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를 두려워 할 필요 없다',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계속적으로 내보내고 있지만, 무책임하고 안일한 발언들에 대해 미국 내 여론은 따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을 '미쳤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오는 11월 대선이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8~10시 약 두시간동안 날린 트윗은 무려 40건에 달한다. 바이든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 좀 그만하고 보건정책에 신경쓰라"는 짧은 동영상을 올리며 그를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선거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지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 6일 CNN이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57%, 트럼프는 41%로 격차가 무려 1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해당 조사는 1차 TV 토론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 등이 반영된 조사다. 코로나19 극복기를 자신의 선거 스펙으로 이용해 지지율 반등을 노렸던 트럼프의 전략이 사실상 통하지 않은 것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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