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려고요"…퇴직연금 깬 직장인 '28%↑'
10명 중 5명 주택구입 위해 '영끌'
연금 중도인출자…집계 이래 최다
2024-12-16 17:31:46 2024-12-17 09:54:17
지난해 퇴직금을 깬 직장인이 30% 가까이 증가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주택 구입과 주거 임차 등 주거비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지난해 퇴직금을 깬 직장인이 3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전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주택 구입과 주거 임차 등 주거비 목적으로 사용했는데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집을 사기 위해 퇴직연금을 당겨쓴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부동산에 저당 잡힌 한국 사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도인출 6만4000명…'주택구입' 목적 52.7%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자는 6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습니다. 인출 금액은 같은 기간 1조7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40%나 늘어났습니다.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은 2019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다 4년 만에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중도인출 사유 중 주택 구입이 인원 기준 52.7%(3만3612명)로 최대를 차지했습니다. 금액 기준으로는 62.4%(1조5217억원)를 기록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주택 구입 외에도 주택 보증금 등 주거 임차를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금액은 25.2%(6158억원)를 기록했는데요. 이들은 1만7555명으로 중도인출자 중 27.5%를 차지했습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이하는 주거 임차, 나머지 연령대는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인출이 가장 많았는데요. 구성비는 인원 기준 30대(42.4%), 40대(33.3%), 50대(15.0%) 등이었고, 금액 기준은 40대(38.6%), 30대(30.9%), 50대(24.8%)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액 기준으로 40대 남성(39.2%)과 30대 여성(42.5%)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밖에 의료비 충당 등 장기요양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과 개인파산 등으로 회생절차를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장기요양은 전체 중도인출자의 4.8%(3045명)로 인출 금액은 1096억원입니다. 회생절차 비중은 13.6%(8670명)로 인출 금액은 1455억원이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금리 영향에 퇴직금 깨"
 
통계청 관계자는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유가 주택 구입이 많은 이유에 대해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았지만, 금리가 높다 보니 시중에서 대출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 퇴직연금을 활용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집값을 끌어내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실제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 가격은 한국부동산원 월간 통계 기준 5월까지 0.2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수도권은 0.18%포인트 하락했고, 그중에 서울은 0.1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6월부터 전국 주택가격은 0.05%포인트 하락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생애 첫 집 구매 희장자에게는 '매수 타이밍'이 된 결과"라며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대출한도가 제한돼 퇴직연금 중도 인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정부는 개인 단위 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시작했고, 여기에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면서 대출이 어려워졌는데요. 또 4~5%대의 고금리로 시중 은행권을 통한 주택구입이 어려웠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한편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381조원으로 전년(335조원) 대비 13.9% 증가했습니다. 이중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구성비가 2.6%포인트 늘었는데요.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IRP 세액공제 한도를 기존 연간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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