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퇴'…오락가락에 '리더십 실종'
146일 만에 '한동훈 지도부' 붕괴
탄핵 찬반 놓고 우왕좌왕 '결정타'
2024-12-16 17:50:16 2024-12-16 17:50:16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유지웅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대표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이로써 '한동훈 지도부'도 지난 7월23일 출범한 지 146일 만에 붕괴됐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대표가 대통령 윤석열 씨의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을 두고 오락가락하며 자충수를 둔 것이 사퇴의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한 대표가 막판에 탄핵 찬성 입장을 드러냈음에도 지난 14일 친한(친한동훈)계의 찬성표가 최대 12표에 그친 것도 당내 허약한 리더십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최고위원들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로서의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어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친한계 사퇴에 '최고위 무력화'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4일 탄핵안 가결 직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하자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친한계인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까지 사퇴하면서 최고위가 무력화되자 어쩔 수 없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가 불법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자신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에 대해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대표가 지난 12일 당론으로 탄핵안을 찬성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겁니다. 다만 당시 정치권 안팎에 한 대표가 '탄핵 찬성' 당론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엔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결국 한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일관된 잣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정치력의 한계를 보인 점이 이날 사퇴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이란 분석인데요. 사실 대통령 탄핵이란 위기 국면 속에서도 여당의 사령탑인 한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탄핵 놓고 '갈지자 행보'로 타이밍 실기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며 비상계엄의 부당함을 알렸던 겁니다. 당시 본회의장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없는 상황에서도 18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이끈 이도 바로 한 대표였습니다. 이 순간 한 대표에게 여당임에도 계엄령을 앞장서서 막았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인 4일 첫 지도부 회의에선 윤 씨에게 탈당까지 요구하며 그의 거취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5일 윤 씨에 대한 탄핵안 추진에 나서자, 한 대표는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정해진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한 대표는 당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를 나서며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한 대표는 다음 날인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하루 만에 돌연 탄핵에 찬성하는 듯한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윤 대통령과 1시간 가까이 면담한 뒤에도 "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을 못 들었다"고 탄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다 1차 탄핵안 표결 일정이 있었던 7일 오전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하자, 한 대표는 바로 수용하며 '탄핵 반대'로 선회했습니다. 이어 탄핵안이 폐기된 이후인 8일엔 한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당정 공동 국정운영을 들고 나와 위헌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 대표는 정국 수습을 위해 윤 씨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론'을 주장했습니다.
 
친한계 탄핵 찬성표 결집도 '실패'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한 대표는 윤 씨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확인했고, 12일 윤 씨의 담화 직후 '탄핵 찬성' 당론을 의원들에게 요청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습니다. 비상계엄 사태를 선제적으로 막고, 윤 씨의 출당을 촉구하는 데 까진 한 대표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지만, 이후 탄핵 찬반 입장을 놓고 결과적으로 윤 씨에게 계속 끌려가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한 대표 측에선 양 진영과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질서 있는 퇴진론'을 들고 나왔다고 하지만, 오히려 한 대표의 권력욕만 부각됐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여기에 2차 탄핵안 표결 때 친한계 의원 대다수는 한 대표의 탄핵 찬성 당론 추진에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탈표는 최대 12표로 추정되는데요. 친한계 의원 규모가 최대 30명에 달한다고 봤을 때 극히 적은 수입니다. 측근 의원들의 표 결집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그만큼 이번에 원내 장악력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겁니다.
 
한 대표가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이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대표 권한대행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신임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게 되는데요. 당 내부에선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됩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친윤계가 전면에 재등장하는 모양새입니다.
 
박주용·유지웅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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