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피의자' 부담에…한덕수, 거부권 '보류'
거부권 행사, 국정안정협의체 최대 변수
민주당, 반대시 바로 '탄핵 카드' 꺼낼 듯
2024-12-16 18:23:56 2024-12-17 09:54:5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정부가 17일로 예정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내란 피의자'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정부는 최종 숙의를 통해 이번 주 임시 국무회의에서 법안 거부권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법안 거부권에 속도조절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표류하는 '국정안정협의체'도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거부권 행사 고심…속도조절 나선 정부 
 
총리실 관계자는 16일 오후 "내일(17일) 국무회의에서는 쟁정법안들의 상정을 보류한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보험법·농어업재해대책법) △국회법 △국회 증언 감정법 등 총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 사용 여부를 고심 중인데요.
 
당초 17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할 예정이었던 6개 법안들은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해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됐습니다. 정부의 거부권 행사의 마감 시한은 21일까지인데요. 이번 주 중 열릴 임시 국무회의가 거부권 사용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선 정부는 법안들에 관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심도 있게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6개 법안 전체에 대해 "즉시 거부하라"는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 소추 결정이 나기 전까지 엄연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고 반대 뜻을 전달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도 대통령 윤석열 씨에게 이미 거부권 사용을 요청한 만큼 한 권한대행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정부 관계자는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하겠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었는데요. 정부의 결정에 따라 한 권한대행 체제의 붕괴가 우려되자 결정을 유보시켰습니다.
 
다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중 '농업 4법'은 거부권 행사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 권한대행은 그동안 양곡관리법에 관해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해왔는데 수용할 경우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 꼴이 됩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뒤따를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고건 전 국무총리가 사면법 개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현재 한 권한대행의 운신의 폭은 훨씬 더 좁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국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인데요. 한 권한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성동, 이재명에 회담 제안…국정협의체 가동 주목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한 권한대행을 향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권한대행인 총리에게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인 권한이 없다"며 "내란 수사를 지연 또는 방해할 어떤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의 경고는 앞서 언급된 법안들뿐만 아니라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에도 거부권을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 차원의 압박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따라 다가올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보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탄핵 카드'를 언제든지 꺼내들 태세인데요.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제안한 국회와 정부가 참여하는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안정협의체'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 협의체 참여 결정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앞서 한 권한대행은 협의체에 여야가 함께 참여하자며 화답했는데요. 국민의힘에서 극렬하게 반대함에도 국정안정협의체 출범이 순항할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이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모든 논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국민의힘도 일단 민주당과 만나자고 제안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하면서 여야 협치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됩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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