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JTBC가 편법 유통 의혹을 받는 가상자산 '비트모빅' 보유분 60만 개를 전량 소각한다고 2일 밝혔습니다.
앞서 JTBC는 지난해 12월14일 오태버스와 '비트모빅 프로젝트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비트모빅 60만개를 받았습니다. 이전까지 15만원대에 거래되던 비트모빅은 양사 협약 발표 후 20만원대로 올랐고, 지난달 30일엔 약 29만원에 팔렸습니다.
서울 상암 JTBC 사옥. (사진=이범종 기자)
"합법 협약" 입장 밝히고 소각
JTBC는 지난 6월 '젭티가 쏜다' 이벤트로 비트모빅 당첨자를 발표하는 등 해당 코인에 사실상 공신력을 부여하고 유통에도 관여했습니다.
비트모빅은 오 대표가 2019년 1월 비트코인을 하드포크(복사)해서 만든 암호화폐입니다. 이 코인은 관련 법인이 코인 제공 조건으로 오 대표가 표지를 장식한 1만원짜리 잡지를 3만5000원에 판매하고, 165만원짜리 아이폰은 210만원에 팔아 '편법 끼워팔기' 의혹을 샀습니다. 법조계에선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의 코인 판매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JTBC는 유통 과정이 석연치 않은 비트모빅에 공신력을 줬다는 도의적 책임론에 대해 "회계·법무법인의 검토 및 확인을 거쳐 진행된 양사 간 업무협약"이라는 입장을 냈었는데요. 8월23일 <뉴스토마토> 보도 (
비트모빅에 공신력 준 JTBC, 도의적 책임론에 "합법 협약")이후 돌연 비트모빅을 전량 소각하기로 한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을 끕니다.
당초 오태버스는 JTBC 협약식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등 공신력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는데요. 오태버스 측은 JTBC 등과의 협력에 대해 "비트모빅을 후원받은 기업·기관들은 비트모빅을 활용해 향후 도래하게 될 메타버스 혹은 국경을 초월한 인터넷 세상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며 "이런 내용을 혁신적 사고로 이해한 JTBC가 비트모빅을 수용하고 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1일엔 오 대표가 개인 방송에서 "JTBC 입장에서는 수천억의 자산인데, 그걸 토해내라고 감히 회장한테 권유할 월급쟁이는 없다"며 양사 간 협업 지속을 낙관하기도 했습니다.
오태버스는 JTBC가 자사와의 협약으로 받은 비트모빅 60만개 전량을 소각하기로 양사 간 구두 합의했다고 지난달 28일 공지했다. (이미지=오태버스 유튜브)
오태버스 "보도 한 줄 못 얻어"
하지만 오태버스는 이후 협업 중단 및 코인 소각 소식을 알렸는데요. JTBC의 소극적인 코인 홍보와 '정치적 모험'이 이번 소각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오태버스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커뮤니티 공지에서 "JTBC가 고맙기는 해도 생태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우리 생태계로서는 JTBC가 청구서라는(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협업 중단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어 "JTBC에 약속한 수천억 원어치의 모빅이 인사동(종이 지갑 행사)처럼 보도 한 줄 얻지 못하고 생태계의 자원을 소모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이라며 "객관적으로 JTBC는 당분간 JTBC와 연결된 어떤 사업가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정치적 모험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우리 생태계가 정치적 부담까지 질 필요가 있을까"라며 "조만간 소각하는 데 양측이 구두로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오태버스는 이번 코인 소각으로 양사가 업무 협약에 구속되지 않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이수영 JTBC 대표(사진 왼쪽)과 오태민 오태버스 대표가 서울 상암 JTBC에서 '비트모빅 프로젝트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모비커스 토닥토닥 웹사이트)
이에 본지는 JTBC에 △비트모빅 60만개 소각을 누가 먼저 결정했는지 △전량 소각 이유는 무엇인지 △JTBC의 소극적인 홍보와 정치색을 코인 소각 이유로 든 오태버스 공지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습니다.
JTBC 관계자는 "오태버스 측이 밝히는 내용을 참고해 달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한편, 현재 비트모빅은 한 찌개 전문 식당을 통해 배포되고 있습니다. 이 식당의 전국 지점에서 현금 결제할 경우, 지점별 한정 수량 500장 이내로 비트모빅 종이 지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태버스는 27일 이벤트 시작을 알리며 "현금 2만원 당 1장 씩, 1명당 한 번에 최대 2장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