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동향)야쿠르트 뗀 윤호중 회장…사명 바꾸고 유통기업 재도약?
일본 야쿠르트혼샤가 2대 주주 등…일본 기업 이미지 개선 1석2조 효과
2021-04-04 06:00:00 2021-04-04 06:00:00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한국야쿠르트가 50년 넘게 사용한 사명을 변경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통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국야쿠르트라는 이름에 갇히지 않고 유연하게 사고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사명 변경을 통해 일본 기업 이미지를 벗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명을 변경을 결정한 윤호중 회장의 결단이 한국야쿠르트를 한 단계 성장 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가 ‘hy’로 사명을 변경한 것과 관련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야쿠르트는 1971년 회사 첫 제품으로 ‘야쿠르트’를 선보인 후 국내 발효유 시장의 개척자 역할을 했다. 요즘도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는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50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영향력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먼저 회사 내부에서부터 야쿠르트보다 매출 비중이 높은 제품들이 많은데 회사 이미지가 너무 야쿠르트에만 갇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이외에도 내부 직원이 다 알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유통 채널 다변화 필요성도 사명 변경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야쿠르트는 사명 변경을 계기로, 유통 전문기업으로 도약을 시작한다. 먼저 이달부터 비대면 냉장배송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와이파이와 인공지능을 적용해 무인 결제와 재고 관리까지 가능한 탑승형 전동카트 ‘코코 3.0’을 앞세워 비대면 배송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여기에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프레딧’을 통해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전통 유통 강자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유통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50년 넘게 사용한 사명을 교체하는 것은 아닐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야쿠르트라는 이름에 일본 기업 이미지가 녹아 있다는 점도 이번 사명 교체에 한 몫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한국야쿠르트의 시초는 1969년 11월 일본 야쿠르트혼샤로부터 유산균 발효 기술을 들여와 설립된 외국인투자기업이다.
 
특히 지난 2011년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는 일본 야쿠르트혼샤였고,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의 경영 간섭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는 40.8%를 보유하고 있는 팔도다. 팔도 지분 100%를 보유한 윤호중 회장은 팔도를 통해 한국야쿠르트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야쿠르트혼샤도 지분 38.2%를 유지하고 있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는 매년 125억원의 주주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지분율에 따라 48억원가량이 일본 야쿠르트혼샤로 지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을 때 한국야쿠르트도 일본 기업으로 인식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본 기업과 같은 사명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사명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일본 기업 이미지를 벗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사명 하나 바꾼다고 유통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50년 넘은 브랜드 가치를 왜 포기하느냐는 것이다. 브랜드 파워가 강한 기업이라면 사명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라며 “브랜드 가치가 녹아 있는 사명을 포기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사명을 계속 고집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지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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