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신용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용판매 시장 점유율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신한카드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등 중상위 업체의 성장 전략을 뒤따르며 격차 벌리기에 돌입했다.
7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카드의 개인·법인 신용판매 시장 점유율은 21.49%를 기록했다. 선두 자리는 지켰지만 중위권 카드사와 점유율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다. 업계 2위 삼성카드와 점유율 차이는 3.47%p로 전년보다 0.64%p 줄었다. 국민카드와의 점유율 격차도 3.76%p를 기록해 전년 대비 0.78%p 감소했다. 현대카드와 비교해도 점유율 격차가 4.85%p로 집계돼 전년비 1.21%p 좁혀졌다.
올 1분기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공식적인 신용판매 점유율이 산출되지 않았지만 신한카드만 카드 수수료가 줄었다. 수수료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카드 결제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신한카드의 1분기 카드 수수료는 1676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반면 국민·삼성·현대카드는 각각 3127억, 2273억, 2197억원으로 절대액수만 봐도 신한카드를 넘어섰다.
중위권 카드사가 약진한 것은 코로나19를 고려한 전략을 선제적으로 취했기 때문이다. 국민·삼성카드는 간편결제 인프라 덕을 봤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간편결제 앱 'KB페이'를 선보였다. 기존 자사 카드만 등록해 결제할 수 있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은행 계좌, 상품권 등으로 결제 수단을 다양화해 비대면 결제 역량을 높였다. 삼성카드는 '삼성페이' 인프라를 활용한 효과를 누렸다. 삼성페이 이용 시 혜택을 강화한 삼성페이카드를 선보여 고객층을 확장했다.
현대카드는 PLCC로 고객을 사로잡았다. PLCC는 특정 제휴 기업의 브랜드를 사용해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다. 현대카드는 작년 언택트 업종 업계 1위 업체와 PLCC를 선보여 고객을 확장했다. 이커머스 '이베이코리아', 배달앱 '배달의민족',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등이 대표적이다.
중상위권 업체의 공격적인 영업에 불안해진 신한카드는 추격 전략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KB페이와 같이 결제 범용성을 확대한 간편결제 플랫폼 '신한페이'를 선보였다. 업그레이드된 신한페이에는 계좌결제 서비스가 추가됐다. 추후에는 은행 계좌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PLCC도 한 달에 하나꼴로 출시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신한카드는 3월 글로벌 호텔그룹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첫 PLCC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이케아, LG하우시스, SK렌터카, 아모레퍼시픽 등 인테리어, 렌털 등 주요 업체와 PLCC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반기에도 추가 상품을 선보여 업계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제휴사들과 PLCC 출시를 검토 중"이라며 “고객 보유수가 많고 빅데이터 마케팅 역량이 뛰어난 게 제휴사들이 신한카드와 협업을 선호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의 신용판매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중위권 카드사의 성장 전략을 취하며 점유율 회복에 돌입했다. 사진은 신한카드 본사. 사진/신한카드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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