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 과정에서 같은 내용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면 이혼 확정판결이 해당 소송에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부분을 깨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3년 12월 B씨가 운영한 피부과에 대한 B씨의 지분 3분의1을 이전하고, 6억6000만원 상당을 지급하란 내용의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등 소송을 냈다. A씨는 6억6000만원에 관해 A씨와 B씨가 8대 2 비율로 분배하기로 약정한 피부과 임대수익 중 자신에게 분배하지 않은 2억24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혼 소송 사건 1심은 A씨와 B씨가 이혼하고, 재산분할로 B씨가 A씨에게 피부과 지분 3분의1 이전 절차를 이행하면서 1억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2억2400만원 지급에 관한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B씨가 A씨에게 피부과 지분 3분의1 이전 절차를 이행하면서 8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2016년 6월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이혼 소송 사건 1심이 진행 중이던 2014년 12월 B씨를 상대로 미정산 임대수익 2억2400만원을 지급하란 내용의 이 사건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
이후 A씨는 2016년 10월 청구 취지를 변경해 피부과의 임대수익을 8대 2 비율로 분배하기로 약정했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임대수익 3억1100만원 중 A씨 몫인 10분의8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A씨가 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2억60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 약정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임대수익을 2대 1 비율로 분배하기로 약정했다는 이유로 2010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의 임대수익 3억9900만원 중 원고 몫인 3분의2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원고가 지급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1억540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 A씨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중 10분의8에 해당하는 2772만원 상당을 납부했는데, B씨와의 임대소득을 2대 1 비율로 분배해야 한다면 자신은 이 3분의2에 해당하는 2298만원 상당을 납부할 것이므로 B씨가 차액인 474만원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요구했다.
1심은 B씨가 받은 임대수익 3억9900만원 중 3분의2에 해당하는 2억6600만원에서 A씨가 이미 받은 1억1200만원을 제외한 1억5400만원과 A씨가 낸 세금 중 초과해 낸 474만원 등 총 1억5874만원 상당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심은 세금 474만원 지급 부분을 제외한 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이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대해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피부과 임대수익 중 피고가 원고에게 분배하지 않은 부분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이전 소송의 확정판결에서 기각된 청구와 동일한 청구로서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따라 이 사건에서도 기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당사자가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서 금전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하는 경우 그 청구가 재산분할 청구인지 아니면 이와 별개의 민사청구인지 여부는 당해 사건에서의 청구 원인과 당사자의 주장 취지,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이를 전후한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혼 등 소송에서 재산분할 청구를 하면서 청구 원인으로 이 사건 각 상가에 관한 임대수익 분배 약정을 포함해 주장했고, 법원도 이 주장을 분할 대상 재산과 가액에 관한 부분에서 판단했음을 알 수 있을 뿐 원고가 재산분할 청구와는 별도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병합해 제기했다거나 법원이 원고의 주장을 민사청구로 판단해 기각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혼 등 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민사청구인 이 사건 부당이득 반환 청구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런데도 원심은 이혼 등 소송 확정판결에서 원고의 이 사건 각 상가에 관한 임대수익 분배 약정과 관련한 청구를 민사청구로 판단했다는 전제하에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도 미친다고 봐 원고의 임대수익 분배 약정과 관련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재산분할 청구와 민사청구의 준별, 확정판결의 기판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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