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주계 캐피탈사의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가 규제 수준인 9배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출 공급이 늘어나면서 영업자산이 확대된 탓이다.
2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B캐피탈은 상반기 기준 수정레버리지 비율이 10.4배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29개 캐피탈사 중 가장 높다. BNK캐피탈도 9.7배로 집계돼 10배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는 8배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하나캐피탈도 8.5배에서 9.6배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9.2배로 확인됐다.
당국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캐피탈사의 레버리지 비율을 상한을 10배에서 9배로 축소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회사가 보유한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2025년부터는 8배까지 한도를 더 낮춰야 한다.
이 같은 규제 방침에도 지주계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상승한 것은 코로나 여파에 따른 대출 자산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캐피탈의 경우 상반기 대출자산은 6조1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리스자산이 13.5%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BNK캐피탈도 대출자산이 42.6% 증가한 5조101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캐피탈은 대출자산이 6조1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3% 신장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5조5958억원으로 집계돼 31.7% 증가했다.
특히 기업대출이 영업자산 증가세를 견인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신용카드사를 제외한 여신전문금융사의 기업대출 자산은 65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8%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자산은 30조2000억원을 기록해 13.4% 상승했다.
문제는 기업대출 자산이 급증하면서 부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캐피탈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사전문회사금융채(회사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융통하는데, 캐피탈사가 부실해지면 회사채를 매입한 금융회사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대출의 경우 대출 취급 단위가 가계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위험이 높다. 최근에는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경기 악화 시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캐피탈사들이 전반적으로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며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서 익스포저 단위가 커서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면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 재유예 조치 역시 리스크를 점증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캐피탈사들의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건전성 강화에 돌입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레버리지가 높은 업체들은 증자를 허가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방향으로 자본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대출 취급이 늘어나면서 지주계 캐피탈사의 레버리지 한도가 상승세를 보였다. 사진은 코로나19 한 은행의 기업대출 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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