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리적 근거 없이 사내 하청업체의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깎은 세진중공업에 과징금 8억7900만원을 부과했다. 부당하게 하청업체에 산재에 대한 책임, 비용을 떠넘기거나 계약서를 최대 400일까지 늦게 지급한 점도 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정위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어긴 세진중공업에 시정(향후 재발 금지) 명령과 과징금 총 8억7900만원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세진중공업 및 대표자에 대한 검찰 고발도 진행한다.
세진중공업은 울산 울주군에서 선박 등 조선 기자재와 부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따낸 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17년 하청업체 34곳과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조선업 상황이 나쁘다', '발주처에서 단가 인하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단가를 전년 대비 3~5% 일률적으로 깎았다. 총 5억원 규모다.
하지만 공정위는 하도급법상 단가 인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단가를 일률적으로 깎으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에 따르거나 그렇게 하는 편이 하청업체에 유리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세진중공업은 품목별 작업 내용, 난이도,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일률적으로 단가를 깎았다"고 말했다.
세진중공업은 2016년 1월~2020년 11월 하청업체 69곳과 계약을 맺으면서 부당 특약을 맺었다.
2016년 23곳과의 계약에서는 '산업 재해·하자 담보·노사 분규로 인한 모든 책임은 하청업체가 진다', '원청업체 지시에 따른 추가 작업 비용은 모두 하청업체가 댄다'는 조항을 넣었다.
2017~2020년에는 55곳과 4113건의 외주 공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물량 변동에 따라 공사 대금을 정산할 때 3% 이내는 받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모두 하청업체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발생한 비용을 떠넘기는 갑질 조항에 해당한다.
세진중공업은 2017년 10월~2020년 11월 하청업체 59곳에 선박 블록 구성품 제조를 맡기면서 3578건의 계약서를 늦게 주기도 했다. 짧게는 1일, 길게는 400일이나 지연 발급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선업 분야에 존재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며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산업 재해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려는 갑질 행위를 제재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어긴 세진중공업에 시정(향후 재발 금지) 명령과 과징금 총 8억7900만원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세진중공업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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