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불발과 관련해 채권단의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우조선이 국책은행의 관리에 길들여지면 시장에서 자생할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재무컨설팅을 통해 중장기적인 관리 방안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27일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산은의 사업 계획과 함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우조선 매각 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우선 유럽연합(EU) 독점규제당국이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 신청에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두 기업 결합이 글로벌 조선산업의 장기적 발전에 좋은 거래임에도 EU가 유럽 소비자들의 가스 가격 인상 부담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EU가 최근 유럽 내 에너지 공급 불안 상황과 LNG선 가격 인상, 이에 따른 가스 가격 인상 가능성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것 같다”면서도 “현대중공업도 다각도로 노력했고 산은도 도와줬지만 이런 결과를 받아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EU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이 회장은 "철저한 자국이기주의에 근거한 결정"이라며 "현대중공업이 EU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현대중공업이 EU의 불승인 결정에 반발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보폭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의 관리 기관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장기적인 국가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국내 조선산업이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회장은 “국책은행 관리체계가 장기화 되면 대우조선이 시장에서 혼자 생존해 나갈 야성을 잃을 위험도 있다”면서 “다른 기업들에게도 산은 관리 기업이 금융 지원 속에 계속 살아남을 것이란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대우조선 매각 불발로 조선산업 재편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지만 대우조선에 대한 새로운 주인 찾기는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추진하기에 앞서 대우조선의 생존력 강화 방안 강구에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 회장은 “채권단 의존도를 낮추고 매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경영컨설팅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면서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구주 매각보다는 최대한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는 방식으로 회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7일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산은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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