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광주 참사 이후 정비사업 2건을 수주하며 기사회생하는 모양새였으나, 곳곳에서 일어나는 계약 해지 움직임과 영업정지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DC현산은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에 대한 계약 해지 내용을 지난 8일 공시했다. 해당 사업은 2018년 11월 30일 최초 도급계약을 체결해 공시됐는데 지난 7일 발주처인 유토개발2차로부터 계약 해지 공문을 통보받았다.
해지금액은 1조971억9000만원으로 회사 분할 전인 지난 2017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의 20.4%를 차지한다.
HDC현산은 "법률 검토 후 도급계약 해지에 대응 예정"이라며 "토지 가등기 등 해당 사업 관련 당사의 기투입비용 회수를 위한 채권 확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정비사업에서도 현산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경기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HDC현산에 대한 계약 해지를 오는 21일 예정된 정기총회를 통해 결정한다. HDC현산과 코오롱글로벌이 지난 2016년 함께 수주한 곳으로 공사비는 5165억원에 달한다.
서울 노원구의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14일 HDC현산과의 본계약 체결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조합이 총회 날짜를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HDC현산과 조합의 결탁 의혹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일기도 했다.
HDC현산은 올해 초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안양 관양현대와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광주에서 두 번의 대형 참사에도 수주전 연승을 이어감에 따라 빠른 재기 가능성이 비춰졌다.
다만 HDC현산이 수주를 위해 일부 단지에 제시한 파격 혜택은 '승자의 저주' 우려를 낳고 있다. 출혈 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물론 이미 계약한 다른 단지에서는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은 관양현대에서 사업비 2조원 조달, 가구당 7000만원의 사업추진비 지급, 평당 4800만원 분양가 보장 등을 내세웠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나중에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영업정지 리스크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광주 학동4구역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산에 8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6월 HDC현산이 시공을 맡은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낸 바 있다.
이번 행정처분은 국토교통부가 요청한 '부실시공'과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중 부실시공에만 해당한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처분은 영등포구의 하수급업체 행정처분 이후로 미뤄져 영업정지기간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행정처분기간 동안 착공 현장에서 공사는 진행할 수 있지만 입찰참가 등 영업활동은 제한돼 큰 타격이 예상된다. 올해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처분도 남아있어 HDC현산의 앞날은 더욱 어둡다.
서울시 관계자는 화정 아이파크 관련 처분에 대해 "신속전담조직을 꾸려 6개월 이내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등록말소 등을 포함한 강력 행정처분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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